(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독일 본에서 오는 17일 폐막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3)에 참석한 각국 정상이 기후변화에 맞선 세계의 협력을 촉구하고 나섰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를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제외한 각국 정상들은 이번 총회에서 파리협정의 목표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지침을 서둘러 마련하고 기후변화를 막는 싸움에 동참할 것을 각국 대표단에 호소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기후변화는 인류의 운명과 우리 모두의 안녕을 결정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 중남미의 니카라과와 6년째 내전에 시달리는 시리아까지 파리협정에 가입하기로 하면서 미국만이 유일한 미가입 국가로 남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 결정을 강하게 비판해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탈퇴로 공백이 생긴 유엔(UN) 기후과학 패널 예산을 프랑스와 유럽 각국이 분담하겠다고 밝혀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후변화와의 싸움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투쟁"이라며 "그들(UN 기후과학 패널)은 유로화 한 푼도 부족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후변화는 이미 불공정한 세계에 불평등을 더한다"고 말해 당사국총회의 뜨거운 감자로 꼽히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선진국의 지원 책임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아프리카 각국을 대표해 이날 총회에 참석한 알리 봉고 온딤바 가봉 대통령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늘어나는 데 대한 아프리카 각국의 심각한 우려를 전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하며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신속한 행동을 촉구했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들을 대표해 참석한 나우루공화국의 바론 와카 대통령은 "선진국들이 그들의 책임에 걸맞은 행동에 나설 때가 됐다"며 "자원부족이 문제"라고 말했다.
올해 허리케인으로 큰 피해를 본 카리브해 각국을 둘러본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변화의 재앙적인 파괴는 이미 우리에게 와있다. 최전방이 파괴되면 군대 전체가 패배한다"고 강조했다
총회에서는 각국 정상과 국제기구 수장뿐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겪는 이들의 목소리도 부각됐다.
피지에서 온 12살짜리 소년 티모치 나울루살라는 지난해 남반구 사상 최강 사이클론 '윈스턴' 이후의 삶을 소개하면서 "우리 집과 내가 다니던 학교, 식량자원, 돈, 식수 모두 완전히 파괴됐다. 내가 고향으로 불렀던, 한때 아름다웠던 우리 마을은 이제 황폐한 불모지가 됐다. 기후변화는 꿈이 아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당사국총회 의장국인 피지의 프랭크 바이니마라마 총리는 "우리는 그저 문서 상의 내용에 대해 협상을 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는 모든 국민과 그들이 집이라고 부르는 곳을 대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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