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허점 속 내진 설계 안된 '필로티' 건물 우후죽순 비상

입력 2017-11-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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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허점 속 내진 설계 안된 '필로티' 건물 우후죽순 비상

3층 이상 내진 설계 의무화에도 6층 이하 검사 부실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1층에 벽이 없이 기둥만 세우고 그 위에 건물을 얹는 건축 형식을 '필로티 구조'라고 한다.

도심 주택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룸 건물의 모습이기도 하다.

지하에는 주차장이 있거나, 주차장 대신 유리로 문을 만들고 편의점이나 상가를 운영하는 형태가 많다.

지난 15일 전국을 뒤흔든 경북 포항 지진 때 기둥이 휘고 부서진 포항시의 한 원룸 모습은 '필로티 구조'의 안전 문제에 대해 또 한번 불안감과 경각심을 낳았다.




필로티 구조는 지진에 취약한 대표적인 건축 방식으로 꼽힌다.

통상 건축물의 하중은 1층이 가장 크게 받는다.

그 중량의 대부분이 기둥과 벽에 분산되는데, 필로티 구조는 벽이 없다.

4∼8개의 기둥이 벽면이 나눠 받아야 할 건물 하중까지 모두 떠안는 구조다.

상하진동, 좌우 진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4월 일본 구마모토 지진 때 피해 조사를 다녀온 오상훈 부산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구마모토 지진의) 진원지 인근에서 무너진 노후주택과 목조 주택을 제외하고 시내 철근 콘크리트 건물도 몇십 동이 피해를 봤는데 이 중 80∼90%가 필로티 구조"라면서 "필로티는 굉장히 약한 건물"이라고 말했다.




필로티 건물은 구조적 위험성에도 2002년 주택의 주차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1층을 기피하는 소비자들의 기호에도 맞았고 크지 않은 평수에 건물을 간편하게 지을 수 있어 중소 건설업자의 구미에도 딱 맞아 유행처럼 번졌다.

오 교수는 내진 설계 없는 필로티 건물의 확산이 법의 허점 속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3층 이상 또는 500㎡ 이상인 모든 건축물에 대해 내진 설계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법이 소급적용 되는 것은 아니어서 올해 7월 기준 내진 설계 대상 중 실제 내진 설계가 확보된 건축은 20.6%에 그친다.

필로티 건물도 3층 이상이면 당연히 내진 설계 대상이지만 오 교수는 사실상 내진 설계가 안 된 경우가 더 많다고 지적한다.

오 교수는 "3층 이상 건물의 내진 설계를 의무화해놓고 정작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서 "현재 6층 이하 건물은 구조전문가가 아닌 디자인 전문가인 건축사가 내진 설계를 점검하도록 하는데 이들이 특별 지진하중에 맞게 필로티 건물이 설계됐는지 검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구조전문가인 '건축기술사'가 검증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존에 만들어진 필로티 건물의 내진 보강작업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다.

오 교수는 "벽이나 철골 브레이스를 더 박으면 되는데 그렇게 되면 주차장이나 1층 공간을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금전적 부담도 크기 때문에 쉽게 개선되길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rea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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