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다음날 '월성 1호' 논의한 한수원…"조기 폐쇄 불가피"(종합)

입력 2017-11-16 17:11   수정 2017-11-16 17:12

지진 다음날 '월성 1호' 논의한 한수원…"조기 폐쇄 불가피"(종합)

이사회서 발전설비 현황 보고…"신규 원전 6기 사업추진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경북 포항 지진 다음 날인 16일 정부가 조기 폐쇄하겠다고 밝힌 월성 원전 1호기 문제를 논의했다.

한수원은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을 이행하려면 조기 폐쇄가 불가피하지만, 폐쇄 시기를 확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수원은 이날 오전 경북 경주 본사에서 제12차 이사회를 열었다.

이사회에서는 지난 14일 제11차 이사회에서 노동조합의 반발 등으로 논의를 연기했던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관련 발전설비 현황조사표'를 보고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실이 받은 이사회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산업부의 8차 수급계획 수립과 관련해 한국전력거래소로부터 발전설비 현황조사표 제출을 요청받았다.

조사표에는 정부의 에너지전환 로드맵에 따라 영향을 받는 원전 현황과 8차 수급계획에 반영이 필요한 내용이 담겼다.

정부가 조기 폐쇄하겠다고 발표한 월성 원전 1호기와 백지화 계획을 밝힌 신규 원전 6기, 수명연장을 금지하겠다고 한 노후 원전 등이다.

한수원은 월성 1호기에 대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에너지전환 로드맵 이행을 위해서는 조기 폐쇄가 불가피하나 원자력안전위원회 승인이 필요하므로 정확한 폐쇄 시기를 확정하기 곤란하다"고 보고했다.

이어 "월성 1호기의 운영변경 허가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으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고 계속 운전의 경제성, 전력수급 상황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해 폐쇄 시기까지 수급 기여 정도가 불확실하다"고 판단했다.

신한울 3·4호, 천지 1·2호와 아직 이름을 정하지 않은 2개 호기 등 신규 원전 6기에 대해서는 "에너지전환 로드맵 상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백지화하기로 돼 있어 정상적인 사업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고리 2·3·4호, 한빛 1·2호, 월성 2·3·4호, 한울 1·2호 등 8차 수급계획 기간인 2031년까지 설계수명이 만료하는 노후 원전 10기에 대한 보고도 이뤄졌다.

한수원과 산업통상자원부 설명을 종합하면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작성할 때 각 발전사업자는 보유 발전설비에 대한 현황과 향후 건설계획 등 '의향'을 담은 현황조사표를 제출한다.

산업부는 각 발전사업자가 제출한 현황과 계획을 검토, 안정적인 전력수급과 정책적인 판단 등을 고려해 수급계획을 작성한다.

그러나 한수원의 조사표에는 월성 1호를 조기에 폐쇄하겠다거나 신규 원전 건설을 취소하는 등 향후 계획에 대한 언급이 없다.

정부 정책에 따르려면 원전을 줄이겠다는 내용을 담아야 하지만, 매몰비용 등의 책임 소재가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월성 1호기를 조기에 문 닫겠다고 할 경우 이사들의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사표의 다소 '어정쩡한' 문구는 한수원의 이런 고민을 반영한 것이며 이 보고는 사실상 정부 정책을 수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조사표는 '보고 안건'으로 이사회의 추가 논의 없이 제출될 예정이다.

김 의원은 "한수원은 이사회 보고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전환 로드맵 때문에 신규 원전 6기를 포기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정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수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해 원안위 승인과 진행 중인 소송 등을 이유로 산업부와 정부가 원하는 답변을 피했다"면서 "월성 1호기의 8차 수급계획 반영 여부는 불투명해졌다"고 지적했다.




blueke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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