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 피츠버그에 본사를 둔 유명 철강회사 US스틸 중서부 공장이 시카고와 인근 지역 700만 주민의 식수원인 미시간호수에 기준치 이상의 독성 중금속을 유출하고 이를 은폐하려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15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인디애나 주 북서부 포티지에 위치한 US스틸 공장은 지난 4월 기준치의 약 5.5배에 달하는 크롬 화합물을 미시간호수 인근 수로에 방류, 비상사태를 초래한 지 6개월 만인 지난달 또다시 유사 사고를 빚고, 주 환경규제 당국에 "비밀에 부쳐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로 유출된 크롬 화합물의 양은 25.7kg으로 하루 방출 허용량의 약 2배에 달한다.
US스틸은 지난달 27일 인디애나 주 환경규제 당국에 편지를 보내 "25일 오전 폐수처리 설비가 고장이 나 크롬 화합물이 여과 없이 유출된 사실을 다음날 알게 됐다"며 이번 사고를 '기밀사항'으로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편지는 시카고대학 법대생들이 시카고에 인접한 미시간호수 남서부의 US스틸 생산설비 3곳(이스트 시카고, 게리, 포티지)의 환경 오염 실태를 추적하던 와중에 입수해 공개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시카고대학 법대 내 '에이브럼스 환경법 클리닉'은 US스틸이 미 연방 수자원 보호법인 '클린워터법'을 거듭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소송을 위한 증거를 입수 중이었다"고 전했다.
US스틸 포티지 공장은 미 국립공원 지정이 유력시 되는 인디애나 둔스 국립호안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인디애나 환경 당국은 이번 사고를 연방 환경보호청(EPA)에조차 보고하지 않고 있다가 파문이 일자 전날 뒤늦게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 원유 또는 화학물질 유출 사고를 지자체 당국에 즉시 알리기 위한 시스템인 미국 해안경비대(USCG) 긴급대응센터(NRC)도 이번 사고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US스틸 측은 "지난 4월과 달리, 정도가 심각하지 않고 상수원이나 인체에 위험을 초래할 수준이 아니어서 보고하지 않았다"며 "인디애나 주 당국과 협조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대처하겠다"고 해명했다.
크롬의 유해성은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Erin Brockovich·2000)를 통해 널리 각인됐다.
지난 4월에는 한 어부가 US스틸 제철소 인근의 수로에서 크롬 화합물 유출을 목격하고 지역 방송국에 제보하면서 상황이 즉시 공개됐다. EPA 요원들이 대량의 크롬 함유 폐기물을 확인하고 인근 지역에 급수 중단령을 내렸으며 국립공원 관리공단 측은 미시간호변 4곳을 폐쇄 조치했다.
당시 US 스틸은 녹슨 파이프에서 발암성 물질 6가 크롬 135kg 포함 총 157kg의 크롬 화합물이 유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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