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진 것보다 피해 커 당장 수업도 걱정…금간 곳 길이 합치면 1천m 넘는 학교도
일부 학교장 재량으로 임시 휴업 연장 검토…"주말 여진 상황 보고 판단"
(포항=연합뉴스) 최수호 김준범 기자 = "교실과 복도 곳곳에 금이 가 1주일 뒤에도 수험생들이 이곳에서 수능을 치르기 어려울 것입니다."(A 교사)
"수능도 문제지만 이런 상태로 당장 다음 주에 1·2학년이 정상 수업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B 교사)
15일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건물 안팎 곳곳 균열과 천장붕괴 등 피해를 본 경북 포항의 고등학교 교사들은 16일 학교를 찾아간 연합뉴스 기자에게 이같이 하소연했다.
피해 상황이 알려진 것보다 심각해 학생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학교건물 상태도 문제지만 본진에 이어 크고 작은 여진이 잇따르면서 이런 우려는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2분께 규모 3.8 지진이 발생하자 한 고등학교에서는 교무실 등에 근무하던 교직원들이 긴급히 밖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포항에는 14개 고등학교가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이번 지진으로 상당수에서 시험실 벽에 금이 가거나 천장이 무너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북구 학산동에 있는 포항고등학교는 본관과 별관 계단·복도·시험실 벽면 곳곳에 금이 갔다. 일반 성인 키를 훌쩍 넘는 것도 보였다.
한 시험실에 들어가 보니 천장에 사용한 석고보드도 지진 충격으로 일부 들려있었다.
시험실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2학년 한 교실의 경우 사물함 문이 열린 채 각종 교재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고 천장에 사용했던 석고보드는 땅에 떨어져 부서진 채로 남아있었다.
바로 옆 교실에서는 천장에 달려있던 선풍기 1대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또 다수 시험실 정면 상단에 하얀색 큰 종이가 줄지어 붙어있었다. 한 교사는 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지진 때문에 금이 간 곳인데 학생들이 위험을 느끼지 않도록 파손된 곳을 가리려고 교사들이 밤늦게까지 붙였다"고 말했다.
인근 포항 여자고등학교 교실과 복도 등도 상황은 비슷했다. 게다가 이 학교는 뒷담 일부도 지진으로 쓰러졌다. 상황이 이렇자 학교 측은 교육부에 구조물 안전진단을 요청한 상태다.
북구 우현동 대동고등학교는 지진 발생 당시 교내 한 건물 외벽이 떨어져 나가는 피해를 봤다. 시험실이 있는 복도 벽면 곳곳에 균열이 난 것도 보였다.
용흥동 포항여자전자고등학교 측은 "지진 후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전체 학교건물 내부에 금이 간 길이를 합치면 1천m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또 이 학교 화장실 천장 일부는 무너져 내렸고 장애학생 등을 위해 설치한 승강기 주변 벽면도 심하게 손상됐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학교 교사들은 수험생 심리 등을 고려할 때 기존 고사장에서 수능시험을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을지 의문을 나타냈다.
또 안전진단 결과에 따른 건물 보수를 어느 정도 마무리할 때까지 학교장 재량으로 임시 휴업을 연장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한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에 대한 안전 조치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며 "주말 여진 상황을 보고 임시 휴업 연장 여부를 판단할 것이다"고 밝혔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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