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귀순 북한 군인을 추격하던 북한군 추격조 일부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정황이 식별된 것으로 알려져 당시 우리 군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유엔군사령부는 지난 13일 북한 군인 귀순 당시 감시 장비로 촬영한 CC(폐쇄회로)TV 영상을 16일 오전 공개할 계획이었으나, 오후로 한 차례 미룬 후 돌연 무기 연기해 당장 영상을 통해서는 추격조가 MDL을 넘었는지 확인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유엔사와 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당시 귀순 북한 군인을 뒤쫓던 4명의 추격조 중 1명이 MDL을 넘은 것으로 추정할만한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
추격조 1명은 중립국감독위 회의실(T1) 건물 중간부분 아래까지 내려온 뒤 황급히 북쪽으로 되돌아간 장면이 CCTV 영상에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중간이 MDL이기 때문에 중간 아래까지 내려왔다면 MDL을 넘은 정황으로 판단된다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JSA 내에는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T1),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T2), 일직장교 회의실(T3) 등의 건물이 설치되어 있다. 이들 건물은 MDL 선상에 남북 같은 면적으로 되어 있지만, 건물 안에는 MDL을 표시하는 선은 없다. 건물 사이로 MDL을 표시하는 콘크리트 턱만이 설치되어 있다.
귀순 북한 군인이 넘어온 통로는 남에서 북쪽으로 봤을 때 T1 왼쪽 편이어서 MDL을 표시하는 선이 그어졌거나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찌 됐건 북한군이 MDL을 넘은 것은 정전협정을 심각하게 위반한 행동이다.
JSA 내에는 MDL 표식이 없이 남북 초소가 혼재되어 있었지만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이후 MDL 표식물로 콘크리트 턱을 설치하고 남북 초소도 각각 분리됐다. 이 사건 이후 JSA 내에서도 비무장지대(DMZ)와 같이 엄격하게 정전협정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
비록 북한 군인이 넘어온 통로에 MDL을 표시하는 선이나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고 해도 JSA 경비대 판문점 상황실에서는 충분히 이를 판단할 시스템이 갖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실에 설치된 모니터 화면에는 CCTV가 잡은 장면이 실시간 나타나는데 이 화면에 JSA 내 MDL을 표시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시간으로 봤다면 충분히 MDL을 넘은 상황을 인식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JSA 경비대원들은 MDL을 넘은 것으로 보이는 북한군 추격조에 대해 경고사격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이에 군의 한 관계자는 "판문점 상황실 요원들은 모니터를 보고 감시를 강화하면서 권총을 차고 소총에 실탄을 장전하고 방탄조끼를 입는 등의 전투준비 태세를 갖췄다"고 말했다.
북한 초소에서 총격이 발생해 전투준비 태세를 우선 갖췄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 이런 와중에 추격조가 MDL을 넘은 정황이 있었고 귀순 과정도 워낙 빠르게 진행됐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더욱이 AK 소총으로 무장한 북한군 증원 병력이 JSA로 몰려오는 상황에서 무력 대응은 자칫 확전으로 번질 수도 있었다는 것이 군의 판단이다.
판문점 경비에는 JSA 교전수칙이 적용된다.
JSA 교전수칙은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은 것이 기본 틀이다. 북한군이 우리 군 장병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는 한 무력사용권을 쉽게 발동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서욱 합참작전본부장은 지난 14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해 "JSA 교전 규칙은 두 가지 트랙으로 이뤄진다. (우리 군) 초병에게 위해가 가해지는 상황인지, 위기가 고조될 것인지를 동시에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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