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구원을 찾는 여정…얀 마텔 '포르투갈의 높은 산'

입력 2017-11-16 17:16   수정 2017-11-16 17:25

인간의 구원을 찾는 여정…얀 마텔 '포르투갈의 높은 산'

고통과 비탄에 빠진 세 남자의 기묘한 모험 그린 수작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파이 이야기'로 전 세계 1천만 부 넘는 판매고를 올린 캐나다 작가 얀 마텔의 신작 '포르투갈의 높은 산'(작가정신)이 국내 번역 출간됐다.

마텔의 네 번째 장편소설인 이 책은 지난해 영미권에서 출간돼 단숨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NPR(미국 공영라디오 방송)의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소설을 "'파이 이야기' 이후 최고작, 단연코 얀 마텔 작품 가운데 가장 매혹적인 소설"이라고 평했다.

한국 독자 역시 이 책을 읽고 나면 이런 평가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엄청난 고통과 비탄에 빠진 세 남자가 영혼의 안식처인 '집'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연작소설 형식으로 그린 이 작품은 '파이 이야기'보다 더 풍부한 은유와 상징, 마술적 리얼리즘이라 할 수 있는 환상적이면서 정교한 서사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인간에게 믿음과 종교란 무엇인가, 영혼의 구원은 가능한가, 인간 존재의 본질은 무엇인가, 인간은 침팬지와 어떻게 다른가 같은 인류의 영원한 미스터리를 끈질기게 탐구하는 과정이 이 한 권의 소설에 응축돼 있다.

소설은 크게 3부('집을 잃다', '집으로', '집')로 이뤄졌다. 세 편의 이야기는 각기 독립된 단편으로도 읽히는데, '포르투갈의 높은 산'이라는 장소를 중심으로 조금씩 포개지다 3부의 끝에서 하나로 연결된다. 다 읽고 나면 세 편이 하나의 원처럼 순환되는 구조임을 알 수 있다.

1부는 1904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시작된다. 고미술박물관 학예사인 토마스는 1주일 만에 사랑하는 연인과 아들, 아버지를 잃는다. 그는 "인생에서 소중한 모든 것을 빼앗긴 마당에 반발 말고 달리 뭘 할 수 있겠는가"라며 신을 등지기 위해 뒤로 걷는다. 그러다 박물관에서 우연히 1600년대 한 신부(사제)가 쓴 일기를 발견한다. 신부는 식민지 시대 노예무역이 이뤄지는 섬에서 존엄성을 말살당한 노예들을 보며 종교적인 믿음을 잃고, 예수의 형상을 침팬지처럼 묘사한 십자고 상을 만든다. 토마스는 이 십자고 상을 찾아 '포르투갈의 높은 산'으로 떠난다. 당시 새로운 발명품이었던 자동차를 몰고 가는 여행에서 토마스는 온갖 고난을 겪고 급기야 한 아이를 차로 치게 된다.

2부는 1938년 12월 그믐밤 '포르투갈의 높은 산' 근처에 있는 병원에서 시체 부검을 담당하는 의사 에우제비우가 겪는 이야기다. 병원 부검실에 있는 그에게 사랑하는 아내 마리아가 찾아온다. 그녀는 평소 애독하던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과 성경을 비교하며 죽음과 믿음, 구원의 의미를 논한다. 아내가 떠난 뒤 마리아란 이름의 다른 여자가 찾아오는데, 그녀는 가방 속에서 남편의 시신을 꺼내 부검을 해달라고 한다. 이 부부는 늘그막에 아이를 낳아 애지중지 길렀는데, 어느날 아이가 도로에서 차에 치여 죽었고 이후 고통 속에 지내던 남편도 죽었다. 마리아는 부검이 된 남편의 몸 안으로 들어가 생을 마감한다.

3부는 1981년 캐나다 상원의원 피터의 이야기다. 한때 명예와 권력, 가정의 행복까지 모든 것을 가졌던 그는 40년간 해로한 아내를 잃고 아들의 이혼, 손녀와의 불화까지 겪는다. 그러다 우연히 방문한 유인원 연구소에서 비범해 보이는 침팬지 '오도'에게 특별한 끌림을 느낀다. 피터는 오도와 함께 살기 위해 아버지의 고향인 '포르투갈의 높은 산'으로 떠나고, 그곳에서 놀라운 발견을 한다.

작가가 펼쳐놓는 이 기묘한 이야기들은 삶의 곳곳에서 고통을 마주하는 우리 인간이 무엇을 의지해 살아갈 수 있는지 묻는다. 3부에서 자세히 묘사된 침팬지 오도의 삶은 우리의 복잡한 고민에 하나의 실마리를 준다.

"오도가 죽 끓이기 같은 간단한 인간의 기술을 터득한 반면 피터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어려운 동물의 기술을 익혔다. 그는 시간이라는 경주에서 족쇄를 풀고 시간 자체를 음미하는 법을 배웠다. 처음에 그는 한눈을 팔고 싶었다. 기억 속으로 빠져들어 머릿속으로 같은 영화를 돌려보고, 후회하고 조바심치며 잃어버린 행복을 갈망하곤 했다. 하지만 강변에 앉아 빛나는 휴식의 상태에 젖는 데 점점 익숙해진다. 오도가 사람처럼 되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그가 오도처럼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 놀랍다." (366쪽)

마텔은 한국판에 친필 메시지로 "책은 자동차 여행과도 같습니다. 이 소설은 독자가 외진 마을에서, 또 내면의 감정 속에서 기묘한 것들을 탐색하게 할 겁니다. 부디 멋진 여행이 되기를"이라고 전했다.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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