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엔군사령부가 16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촬영된 북한 병사 귀순 당시의 CC(폐쇄회로)TV 영상을 공개하려다 무기 연기했다. 유엔사는 애초 이날 오전 26초짜리로 편집된 영상을 공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우리 국방부와 최종 협의 과정에서 '영상 분량이 짧아 또 다른 오해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영상 분량을 늘리기 위해 오후로 한 차례 미뤘다가 다시 유엔사 내부 검토가 필요하다며 무기 연기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이 영상에는 귀순병이 탄 군용지프가 군사분계선(MDL) 쪽으로 돌진하다가 차 바퀴가 배수로에 빠지는 장면, 북측 판문각 앞 도로에 있던 북한군 3명이 귀순병을 추격해 뛰어가는 장면, 귀순병이 뛰어서 MDL을 넘는 장면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상이 북한군의 JSA 귀순병 총격과 우리 군의 대처를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일단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JSA 귀순병 대처를 둘러싼 논란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북한군이 귀순병사를 뒤쫓으며 권총과 AK소총 40여 발을 쐈는데도 우리 군이 전혀 대응사격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귀순병사가 MDL을 넘어 우리 지역에 들어온 상황에서도 총격을 가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도발로 볼 여지가 있다. 일반 작전지역이라면 우리 군의 교전수칙과 현장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3∼4배로 응징한 뒤 상급부대에 보고하는 절차를 따랐을 것이다. 하지만 JSA에서는 대응사격 등 무력을 사용하려면 작전지휘권을 가진 유엔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미연합사령관이 유엔군 사령관을 겸하고 있지만 유엔사 자체는 한반도의 안정적인 상황 관리가 기본 임무이기 때문에 아군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지와 위기 고조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에 대응하는 교전수칙을 갖고 있다. 이 교전수칙만 놓고 본다면 우리 군의 대응이 부적절했다고 탓할 수는 없다. 첫 총성이 울리고 귀순병사가 MDL 남쪽 50m 지점에 쓰러져 있는 것을 열상감시장비(TOD)를 통해 발견할 때까지 16분 동안 행방을 놓친 것을 놓고 경계 실패 논란이 일기도 한다. 합동참모본부는 "귀순병사가 낙엽 사이에 들어가 있어 보였다 안 보였다 했다"면서 판문각 후방지역에서 북한군 무장병력이 증강되는 등 긴박한 상황이라 귀순병의 행방을 추적할 여유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우리 군도 전투준비를 해야 했던 상황은 이해하지만, 현장에서 귀순병이 넘어와 있던 것을 16분간 몰랐다는 것은 아무래도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북한군이 MDL 남쪽의 우리 측 지역에 쓰러진 귀순병에게 총격을 가하고, 심지어 MDL까지 넘었다면 엄연한 정전협정 위반이다. 이는 JSA 영상이 공개되면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북한군 추격조 중 1명이 MDL을 한두 발짝 넘었다가 황급히 되돌아가는 듯한 정황도 영상에서 식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이라면 판문점 상황실 모니터 화면을 통해 파악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황급히 되돌아간 상황이라면 우리 군이 경고사격 등 대응 조치를 할 여유는 없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국방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유엔사와 협의를 거쳐, JSA에서 북한군의 총격이 있으면 상황에 따라 응사할 수 있도록 우리 군의 교전수칙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JSA 총격 사건을 보고받고 "우리를 조준해 사격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우리 쪽으로 총알이 넘어왔다면 경고사격이라도 해야 한다는 게 국민이 생각하는 평균적 교전수칙일 것"이라며 "교전수칙을 논의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지역에 총탄이 날아드는데 아군을 직접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두 손 놓고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경고 방송이나 경고사격 같은, 확전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대응할 수 있는 교전수칙이 충분히 있을 것이다. 유엔사 관할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장병이 근무하는 JSA 내의 교전수칙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유엔사와 협의를 통해 교전수칙을 적절히 보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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