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신기하게 큰 피해 없어요…명당은 명당이구나 싶어"
(경주=연합뉴스) 이덕기 기자 = "한반도가 휘청거리고 집이 통째로 흔들릴 정도의 지진에도 피해가 이것밖에 없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습니다."
포항 지진 진앙에서 직선거리로 13㎞ 정도 떨어진 경주 양동마을 주민들은 16일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문화유산이 많은 이 마을은 규모 5.4의 이번 지진으로 인한 큰 피해가 우려됐다.
지진 이틀째인 이날 양동마을은 관광객 수가 다소 줄어든 것 외에는 평소와 다름없는 평온한 모습이었다.
이 마을엔 기와집과 초가집 등 150여 세대가 몰려있고 이 가운데 무첨당과 양동향단, 관가정 등은 보물로 지정돼 있다.
이 때문에 지진 직후 기와집이 많은 양동마을 특성상 기와탈락, 벽체 일부 균열, 지붕 흙 낙하 등 피해가 속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주시 등이 이날 추가로 현장 조사를 벌인 결과 피해는 경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높이 1.5m 안팎인 기와집 담장 위에 놓여있던 반원형의 수키와 수십 장이 진동에 흔들리면서 바닥으로 떨어진 것 외에는 이렇다 할 큰 피해는 없었다.
수키와는 안쪽 면에 황토를 덧칠해 이은 것으로 황토가 마르면서 접착제 역할을 한다. 이번 지진으로 제자리를 벗어난 수키와도 이미 상당수는 하루 만에 제자리를 되찾았다. 집주인 등이 황토를 바르고 다시 제자리로 돌려놨기 때문이라고 주민들이 전했다.
마을 이장인 이동헌(67)씨는 "500년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마을이어서 그런지 지진 진앙에서 이처럼 가까운데도 기와 몇 장 흔들린 것 외에는 피해가 없어 굳이 피해라고 부를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 이장은 "언론에 마치 양동마을이 큰 피해를 본 것처럼 보도됐는데 잘못 전해진 것 같다"고 했다.
마당 한가운데 옛날 우물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일명 '우물찻집'을 운영하는 이덕환(65·여)씨도 "지은 지 90년도 넘은 주택에서 살고 있고 이번 지진 때 집이 통째로 흔들렸지만 피해는 없었다"면서 "양동마을이 명당은 명당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서 두 번이나 이장을 맡았다는 손덕익(67)씨는 "기와집 벽 위에 놓아둔 수키와 몇 장이 흔들려 제자리를 벗어나고 기와 막새 일부가 흔들린 것은 맞지만 피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마을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10년째 영어로 해설 자원봉사자를 하는 장인숙(58)씨는 "지진 당시 관광해설사의 집이 통째로 흔들려 다른 해설사가 울며 밖으로 뛰쳐나갈 정도였는데 신기하게도 지진 후에는 마을에 피해가 없었다"면서 "마을 입지가 길지 중의 길지인가보다"고 했다.
경주시 박상희(54) 역사마을관리팀장은 "현재까지 확인한 바로는 무첨당 내 사당 지붕 기와 한 장이 떨어지고, 서백당 등 마을 전체 약 26m 구간에서 수키와 탈락현상이 있었지만 이미 대부분 복구됐다"면서 "인근에 있는 흥해읍에서 아파트가 통째로 무너질 상황인 것을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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