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취임 1년 고의수 무지개청소년센터 소장 "소통하면 공감"

입력 2017-11-17 09:00  

[인터뷰] 취임 1년 고의수 무지개청소년센터 소장 "소통하면 공감"

레인보우스쿨 6천200명 배출…"이주배경 청소년 돕는 것 우리의 책무"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여러 빛깔이 어울려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들어내듯이 탈북·다문화·중도입국 등 다양한 이주배경을 지닌 청소년들도 우리나라를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들어갈 꿈나무들입니다. 이들이 저마다 아름다운 꿈을 꾸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도와야죠."

오는 28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무지개청소년센터의 고의수(59) 소장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동 무지개청소년센터 사무실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이주배경 청소년들이 한국 사회에 빨리 적응하고 자립하도록 돕는 것은 우리의 책무일 뿐 아니라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무지개청소년센터는 청소년복지지원법 제18조에 따라 지난 2006년 정부가 설립한 비영리재단법인으로 여성가족부의 지원을 받아 이주배경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교육·직업훈련·상담·멘토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재단 이사장(비상임)은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과 여가부 차관을 지낸 김교식(65) 아시아신탁 회장이 2012년부터 맡아왔다.

고의수 소장은 1985년 공직 생활을 시작해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국가청소년위원회, 보건복지부 등을 거쳤으며 여성가족부 아동청소년성보호과장과 복지지원과장을 역임했다.

다음은 고 소장과의 일문일답.


-- 오는 28일이면 취임 1주년을 맞는다.

▲ 어려운 여건에 놓인 이주배경 청소년들이 꿈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청소년들과 어울려 지내다 보니 1년이 금세 지나갔다.

-- 이전에도 이주배경 청소년에 관심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 청소년 지원업무를 담당할 때는 주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 제도와 피해 청소년의 보호·지원 업무를 수행했다. 그 뒤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 청소년의 폭력피해 예방과 상담 등의 업무를 하며 이주배경 청소년들을 알게 됐다. 그래도 지금처럼 현장에서 직접 청소년들을 만나며 소통한 것은 아니어서 정확한 실상은 잘 몰랐다.

-- 무지개청소년센터가 하는 일을 소개해 달라.

▲ 중도입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과 함께 특기적성 계발, 사회문화체험 활동 등을 실시하는 레인보우스쿨을 운영하고 있고 탈북 청소년들의 한국 사회 적응을 위한 레인보우체험학교도 개설해놓았다.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한식조리사, 바리스타, 메이크업, 네일아트, 제과제빵 등 자격증 취득과정도 마련하고 있으며 멘토링, 라이프 코칭, 심리 치유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 부모의 재혼이나 취업 등으로 어릴 때 한국에 건너온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얼마나 되는가.

▲ 중도입국 청소년은 법무부의 귀화신청 통계 기준으로 6천여 명인데, 민간단체들은 다른 사례까지 따지면 3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 이들은 언어 소통도 어렵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심리 상태도 불안정할 것 같다.

▲ 절반 정도는 한국말을 못하고 정규 학교에도 다니지 않는다. 이 가운데 부모의 별거, 이혼, 재혼을 거치고 계부나 이복남매 등과 생활하며 마음에 큰 상처를 입어 우울증에 시달리는 청소년이 적지 않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을 보이는 사례도 있다. 사는 환경이 한꺼번에 바뀌고 친구도 없는 상태에서 부모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다 보니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다가 '학교에 가지 않고 일하지도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 이른바 니트(NEET)족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음악치료와 미술치료, 심리 상담 등과 함께 또래 친구들을 만들어주고 같은 처지를 겪은 선배 멘토를 엮어주는 프로그램이 효과를 보고 있다.

-- 지난해 무지개청소년센터가 개소 10년을 맞았다. 그간의 성과를 설명해 달라.

▲ 지난 11년간 5배 넘게 예산을 늘려왔다. 지금은 민간 후원금을 포함해 예산 규모가 40억 원에 이른다. 레인보우스쿨을 통해 중도입국 청소년 6천200여 명의 적응을 도왔고 탈북 청소년 1천495명을 지원했다. 상담과 심리치료 건수는 각각 7천964건과 379건이다. 다문화 감수성 증진 프로그램 '다가감'(多加感)을 통해 초·중학생 1만1천여 명에게 다문화 이해교육을 했다.

-- 내년에 새로 시작하는 사업이나 역점을 둘 분야는 무엇인가.

▲ 기존의 틀을 유지하며 내실을 강화하려고 한다. 이주배경 청소년들의 조기 적응을 위해 한국어와 한국 사회문화 이해교육에 집중하고 진로·직업교육에도 힘쓸 방침이다. 이들의 심리·정서적 안정, 학습능력 향상 등을 위해 통합 상담과 라이프 코칭을 강화하고 다문화 인식 개선에도 주력하겠다.

-- 무지개청소년센터가 이주배경 청소년 밀집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이용하기가 힘들다는 불만도 나온다.

▲ 다문화가족이 많이 사는 서울 구로구와 영등포구 등지에서는 다니기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레인보우스쿨 등의 프로그램은 지방자치단체나 민간 기관·단체 등과 연계해 다른 지역에서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 아직도 무지개청소년센터를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 전국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비롯한 관련 기관 등을 통해 알리고 있다. 이번에 여가부의 예산 2천만 원을 지원받아 한국언론진흥재단을 통해 SNS 홍보에 나서기로 했다.

-- 지금까지 지켜본 청소년 가운데 가장 기억나는 사례를 들어 달라.

▲ 중국 출신의 스무 살짜리 중도입국 청소년 신 모 군이 가장 기억난다. 레인보우스쿨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직업교육 프로그램 '내-일을 잡아라'에서 훈련을 받아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땄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꿈을 잡아라' 과정을 거쳐 한식조리기능사가 됐다. 무지개청소년센터가 운영하는 '다톡다톡(多talk茶talk) 카페'에서 지금 실습을 받으며 자립을 준비하고 있다.

--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청소년이나 대학생들도 얻는 게 많을 듯하다.

▲ 멘토나 자원봉사자들은 이주배경 청소년을 도와주며 보람을 찾는 것은 물론 다문화나 북한에 관해 배우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며 뿌듯해한다. 이곳을 거쳐 간 선배들도 적극적으로 봉사에 참여한다. 나 역시 이주배경 청소년들과 어울리며 많이 배우고 있다.

-- 이주배경 청소년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차별의 시선이라고 여겨진다.

▲ 선입관을 품지 말고 다 똑같은 인간이라는 생각으로 이들을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려심을 갖고 소통하다 보면 서로 이해하고 함께 공감할 수 있다.


hee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