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In] 군산전북대병원 건립사업 8년 허비…환경논란·재원부족에 발목

입력 2017-11-19 07:30  

[현장 In] 군산전북대병원 건립사업 8년 허비…환경논란·재원부족에 발목

건립 의지 재확인 했지만 국비 조달 어려움, 국고보조율 상향 작업 '관건'

(군산=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전북 군산에 전북대학교병원 군산분원(군산전북대병원)을 짓는 사업이 추진 8년이 되도록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터덕거리고 있다.

첫 부지가 환경문제로 무산돼 새 부지를 확정했지만, 재원부족과 건립 여부에 대한 전북대병원 구성원간 이견으로 사업 추진이 답보상태이기 때문이다.

병원 측이 최근 사업을 지속하기로 결론 내렸지만, 추가 재원 확보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군산시민들이 건강권 보호와 의료기반 확충을 위해 조속한 사업 착공을 촉구하는 가운데 군산시와 전북대병원은 정치권 등과 함께 국비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 대형병원 필요성 대두…첫 부지 '환경문제'로 무산

군산시와 전북대병원은 시민 생명·건강권 보호, 중대질병 또는 중증환자에 대한 신속 정밀한 의료처치, 열악한 의료환경 개선, 새만금 개발에 대비한 의료 인프라 확충 등을 명분으로 2010년부터 군산전북대병원 건립사업을 추진했다.

군산전북대병원을 500병상 규모로 2020년에 개원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2년 부지로 선정한 옥산면 당북리 백석제 일대가 환경문제에 휩싸이며 건립 사업이 꼬이기 시작했다.

백석제가 멸종위기 식물인 독미나리를 비롯한 야생생물 자생지로 확인되면서 환경단체들이 "학술적·환경적 가치가 큰 습지"라며 부지 변경을 강력히 요구한 것이다.

시는 비용 증가와 복잡한 행정절차 등을 이유로 줄곧 거부하다가, 새만금지방환경청에서 2015년 12월 백석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하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이후 시와 전북대병원은 2016년 9월 월명체육관 인근 사정동 녹지(9만8천850㎡)를 새 부지로 발표했다.

시내에 인접해 접근성과 의료 편의성 등이 뛰어난데다, 토지보상비가 늘어도 도로개설비와 시설부대비가 줄어 증액 없이 사업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두 기관은 지하 3층, 지상 8층, 500병상 규모에 심뇌혈관센터, 소화기센터, 건강증진센터, 응급의료센터, 연구지원센터 등을 갖춘 종합 의료시설인 군산전북대병원을 2022년 개원하기로 목표를 정했다.

특히 중증질환자를 위한 전문의료서비스, 하이브리드 수술실 완비, 의료 IT 강화, 의료질 향상, 친환경 건물 등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첫 부지인 백석제에 병원을 건립하려던 계획보다 4년 지연됐지만, 지역사회는 "생명을 지키기 위한 골든타임을 확보하게 된다"며 일제히 환영했다.


◇ 전북대병원 재정악화에 구성원간 이견…지역사회 "병원 필요"

군산시는 병원 건립을 위해 지난 1월 사정동 일대를 토지거래허가 및 개발행위제한 구역으로 지정, 전북대병원과 함께 토지매입과 행정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재원 부족과 건립 여부를 둘러싼 전북대병원 구성원간 이견이 또다시 발목을 잡았다.

건립 주체인 전북대병원의 재정이 악화하고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등으로 군산지역 경제가 나빠지면서 사업성 우려가 제기돼 3월께 토지매입이 중단됐다.

이후 병원 건립에 관한 타당성 재조사 용역에서 '경제성 평가가 낮다'는 결과까지 나와 사업에 빨간불이 커졌다.

더구나 병원 건립을 원하는 경영·의료진과 달리 전북대병원 노조가 "막대한 세금을 들여 분원을 지으면 안 된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전북대병원 측은 사업 추진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이남호 병원 이사장이 "병원 재정여건이 좋지 않아 무작정 추진할 수도, 군산시민과 약속한 사업을 중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힌 대목에서 이같은 고민이 드러났다.

이에 군산 지역사회는 "열악한 의료환경 개선 등을 위해 군산전북대병원이 꼭 필요하다"며 전북대병원 측에 건립 의지를 분명히 밝히라고 압박했다.

지난 13일에는 군산시, 시의회, 군산상공회의소 대표들이 병원을 찾아 '건립을 촉구하는 시민 17만4천여명 서명부'를 전달하기도 했다.






결국 병원 이사회는 지난 15일 군산전북대병원 건립 사업을 지속하기로 결론을 냈다.

다만 전북대병원의 재정 상황을 고려해 정부와 지자체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 사업 기간을 조정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로써 군산전북대병원 건립사업은 가능하게 됐지만, 부족한 재원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시와 전북대병원은 재원 마련을 위해 사업비 가운데 30%가량인 국고보조율을 75%(800억원가량)까지 높이려 노력하고 있지만, 확보 여부는 불투명하다.

시는 전북대병원 측에 이미 확보된 국비 85억원으로 먼저 사정동 부지를 사도록 요청하는 한편 정치권 등과 함께 추가 예산 확보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이사회 의결로 병원 건립을 둘러싼 논란이 해소되고 당위성을 확인한 만큼 이제는 사업비 확보가 관건이 됐다"며 "시민, 정치권과 함께 정부 예산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k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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