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살아있는 권력에 칼끝" 당혹…"참여정부 검찰개혁 실패 반복 안돼"
野, 중진들 줄줄이 타깃 되며 위축…"전병헌 사퇴, 야권수사 위한 제물"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이신영 기자 = 검찰발 사정태풍이 국회로 불어닥치면서 여의도 정치권이 뒤숭숭한 분위기다.
검찰 수사를 적폐청산 작업의 일환으로 평가하며 한껏 힘을 실었던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 인사들은 수사 범위가 여권으로도 번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 역시 핵심 중진의원들이 줄줄이 수사선상에 오르자 급속도로 위축되는 모양새다.
특히 '성역없는 수사'에 대한 국민의 지지여론이 높은 상황인 만큼, 정치권에서는 검찰개혁은커녕 이대로 검찰에 주도권을 빼앗긴 채 계속 끌려다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선 여권은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 소식이 전해진 뒤 잔뜩 긴장하는 표정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검찰이 야권만 수사하지는 않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그렇더라도 살아있는 권력의 핵심부에 있는 인사를 직접 겨냥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개혁을 추진하려는 여권과 이에 저항하는 검찰과의 힘겨루기가 시작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초선 의원은 "전 수석에 대한 수사는 오래 전부터 진행된 것으로 안다. 그런데 고(故) 변창훈 검사의 투신 이후 갑작스레 언론에 알려졌고, 전격적으로 압수수색 등이 이뤄졌다"며 "변 검사의 투신을 계기로 검찰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각을 세우기로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자연스럽게 나온다"고 전했다.
여기에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가 의원들에게 전달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일부 여당 의원들도 돈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물밑에서는 '검찰이 청와대나 여권의 통제범위에서 벗어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참여정부 당시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여파로 검찰개혁이 후퇴했던 일을 언급하는 의원들도 많다.
법조계 출신의 한 의원은 "참여정부 초기에도 검찰이 당시 한나라당의 '차떼기' 사건을 파헤치며 정치권 수사를 시작한 적이 있다. 그때도 수사망은 곧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들의 대선자금 수사 등 여권으로 번졌다"며 "이를 통해 검찰은 국민적 지지를 받았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이후 중수부 폐지 카드를 꺼내니 검찰은 '사회개혁에 반대하는 주장'이라고 반발하더라"라며 "이번에도 참여정부 때처럼 검찰에 주도권을 빼앗기고 검찰개혁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검찰의 정치권 수사에 반대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며 "국회가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야 하는데 답답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역 중진들이 줄줄이 수사대상에 오른 한국당은 "야권을 겨냥한 정치보복"이라고 반발하면서도 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재직 당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받은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을 것을 보이는 최경환(4선) 의원 측은 격앙된 분위기다.
최 의원 측 관계자는 최 의원이 "내가 왜 그런 돈을 받고, 국정원이 왜 나에게 돈을 주겠나. 만약 사실이라면 동대구역 앞에서 할복하겠다"고 언급할 만큼 황당해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에서 뇌물이라고 생각한다면 공여자도 똑같이 처벌 대상이 되고 그쪽부터 수사하는 것이 맞는데 돈을 줬다는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에 대한 언급은 없이 우리 쪽만 칼을 들이대고 있다"고 반발했다.
인테리어 업자와의 돈거래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는 이우현(재선) 의원,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지역구 사무실 등의 압수수색을 당한 원유철(5선) 의원에 이은 검찰발(發) 악재다.
특히 최 의원의 경우 박근혜 정부의 '실세'로 불려온 만큼 한국당이 체감하는 충격도는 한층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자 한국당은 잔뜩 움츠러든 분위기다.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은 사정한파를 피하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인식이 지배적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야당은 권력도 없고 정보도 없어 당할 수밖에 없는 입장 아니냐"는 자조섞인 한탄이 나온다.
아울러 전 수석에 대한 수사 역시 대대적인 야권수사를 위한 '제물'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 정치보복대책특위 위원장인 김성태 의원은 통화에서 "전 수석 사퇴는 야당에 대한 칼질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시그널 아니겠냐"며 "사정한파가 내년 지방선거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권에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특활비나 권양숙 여사의 불법자금 문제에 대해서는 모른 척 하고 있지 않냐"며 "정치보복이나 야권 길들이기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치보복특위 소속인 장제원 수석대변인도 "확증은 없지만, 야당을 정조준하는 구색 맞추기 수사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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