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A 귀순' 北 정전협정 위반 조사하지만…대응수단은 거의 없어

입력 2017-11-17 15:09   수정 2017-11-17 15:58

'JSA 귀순' 北 정전협정 위반 조사하지만…대응수단은 거의 없어

대화 채널 막혀 확성기로 항의하는 수밖에 없을 듯

MDL 남쪽 北 총탄·탄흔 등 확보…CCTV 영상은 조사결과 발표 때 공개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지난 13일 발생한 북한군 병사 귀순 사건 당시 북한이 정전협정을 위반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JSA를 관할하는 유엔사령부가 뾰족한 대응수단으로 내놓을 만한 것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과거 항의통지문을 보내거나 장성급 회담을 요청해 항의하는 절차를 밟았던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장성급) 회담을 소집해 회담장에서 북한에 정전협정 위반 사항 조사결과를 설명, 항의하고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유엔사령부와 북한군의 장성급 군사회담은 2009년 3월 이후 8년여 동안 열리지 않고 있다. 유엔사는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사건 직후에도 북측에 장성급 군사회담을 열어 사건을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북한은 거부했다.

판문점에서는 유엔사와 북한군의 통신 채널도 끊겨 북한군에 항의통지문을 보낼 수도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작년 2월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에 대한 반발로 판문점 통신 채널을 일방적으로 폐쇄했다.

유엔사는 2015년 8월 북한군의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 직후만 해도 북한에 전화통지문을 보냈지만, 이번에는 북한군에 항의하더라도 확성기로 하는 수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013년 2월 3차 핵실험 직후에는 정전협정 '백지화'를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등 정전협정을 규범으로 인정하지도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군은 북한군이 정전협정을 위반할 경우 당장 실효는 없더라도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관해서도 북한군의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하나하나 엄밀히 따져 기록으로 남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사도 이번 사건이 발생한 JSA에서 증거 자료를 채취하는 등 북한군의 정전협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유엔사는 북한군 귀순자를 쫓던 추격조 4명이 AK 소총과 권총으로 쏜 40여발 가운데 일부 총탄과 탄흔 등을 MDL 남쪽 구역에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이 MDL 남쪽으로 총을 쏜 증거가 발견된 것이다.

북한군 추격조 중 일부가 MDL을 넘어온 정황에 대해서도 정밀 분석하고 있다. 유엔사가 확보한 JSA CC(폐쇄회로)TV 영상에는 추격조 1명이 귀순자를 MDL까지 쫓아왔다가 MDL을 넘은 것을 안 듯 멈칫하고 돌아서는 모습도 포착됐다.

그러나 북한군 추격조가 접근한 곳에는 MDL 표식물이 없어 MDL 월선 여부를 따지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JSA의 회담장 건물들 사이에는 시멘트 턱으로 MDL이 분명히 표시돼 있지만, 나머지 구역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MDL 선상에 말뚝만 서 있고 사이에는 선이 그어져 있지 않다.

유엔사는 북한군 귀순자와 추격조의 행동이 촬영된 CCTV 영상을 이번 사건의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할 때 공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유엔사는 지난 16일 영상을 공개하려고 했지만, 내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를 무기 연기했다.

ljglor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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