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 사업 무산되자 도로·산책로 봉쇄…주민·시행사 갈등

입력 2017-11-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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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테이 사업 무산되자 도로·산책로 봉쇄…주민·시행사 갈등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35년 동안 다니던 등산로였는데 대문을 만들어서 걸어 잠갔어요. 사업에 반대했다고 이렇게 복수하는 겁니다."

지난 17일 오후 부산 사상구 주례동 주민 김모(55) 씨는 취재진에게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1주일 전 마을 뒷산인 엄광산 산책로 입구에 설치된 녹색 철조망을 가리키며 연신 가슴을 내리쳤다.





철조망에는 출입을 감시하는 듯 폐쇄회로TV가 설치됐고 자물쇠가 굳게 채워졌다.

최근 엄광산을 오르는 등산로 6곳이 이런 식으로 막혔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한참을 돌아 등산을 하고, 동서대학교 일부 학생들은 마을버스에서 내려 교내로 들어가는 지름길로 쓰던 등산로가 막히면서 불편을 겪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이 보복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6월 이 마을에는 '뉴스테이 사업'이 추진됐다.

D사가 이곳에 지상 32층, 1천300가구 규모의 뉴스테이 사업을 하려고 촉진지구 지정 제안서를 행정관청에 제출하고 사업을 추진했다.

앞서 뉴스테이 지구로 이어지는 도로 부지를 수용해 기부채납할 목적으로 공사도 진행했다.






하지만 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마을 주민들이 엄광산의 울창한 편백림이 훼손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여론도 좋지 않았다.

결국 사업은 올해 9월 D사 측이 포기를 선언하면서 무산됐다.

하지만 주민들과 D사의 갈등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D사는 사업부지에 속하는 등산로를 모두 막았다.

공사 중이던 도로를 폐쇄하고 주차장에는 주민들이 쓰지 못하도록 말뚝 수십 개를 박았다.

폐쇄된 도로와 주차장 일부 구간은 주민들이 30여 년도 넘게 이용해왔던 도로다.

D사 측은 "법인소유의 사유지에 대한 그간의 불법적인 이용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석래 엄광산 지키기 마을연대 대표는 "주민들이 사업을 반대한 것에 대한 명백한 보복조치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면서 "주민의 생활권을 제한하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주민들은 관할구청인 부산 사상구청에 행정조치를 해달라며 집단 민원을 낸 상태다.

사상구의 한 관계자는 "D사 소유의 사유지이고 도시 계획상의 도로가 아니어서 행정적인 조치가 어려워 고민이 큰 상황"이라면서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 갈등을 중재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read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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