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개월 쉬면서 재활과 자세 교정이 큰 도움됐다"
"제가 외모 자신감 없어서 가방이나 신발에 포인트 주죠"
한국인 두 번째 ATP 챔피언 "상대가 질려 하는 선수 돼서 내년엔 톱 랭커 잡을래요"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한국인으로 14년 10개월 만에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정상에 오른 정현(21)이 주니어 선수들과 만나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정현은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한국체대에서 라코스테 주최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석해 주니어 선수들을 지도하고 다음 시즌 각오 등을 밝히는 인터뷰에 나섰다.
이 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정현은 주니어 선수들을 가르치면서는 "너무 잘해서 형이 가르쳐 줄 게 없네"라며 주니어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우는가 하면 "형도 이런 거 처음이라 긴장된다. 다 같이 긴장 풀자"라며 어린 유망주들을 웃기기도 했다.
원포인트 클리닉이 끝나고 나서는 주니어 선수들의 질문을 받는 시간이 이어졌다.
주니어 선수들은 '지고 있을 때 어떤 기분이 드느냐'는 물음으로 정현을 당황하게 하더니 정현이 "지고 있더라도 앞으로 한 번의 기회는 더 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 기회를 잡으려고 노력한다"고 답하자 곧바로 '그럼 졌을 때는 어떤 기분이냐'고 짓궂게 물었다.
약 1시간 정도 주니어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린 정현은 이어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귀국 후 친구들도 만나고 배구 경기도 보러 다녀왔다"며 "외국에서는 돼지고기를 먹을 기회가 별로 없어서 삼겹살도 먹었다"고 귀국 후 일정을 소개했다.
그는 12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끝난 ATP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우승한 뒤 13일 귀국했다.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느냐'는 물음에는 "그렇게 많이 느끼지는 못한다"며 "이런 인터뷰할 때 저를 굉장히 높은 자리로 만들어주시는 것 같다"고 몸을 낮췄다.
정현은 주니어 클리닉을 마친 소감에 대해 "저는 어릴 때 이런 기회가 별로 없었다"며 "선수들이 제 나이 때에 비해 더 잘해서 제가 더 많이 배우는 시간이 됐다. 앞으로 10년 뒤에는 같은 코트에서 경기하게 되면 좋겠다"고 유망주들의 기량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이번 우승이 지난해 하반기에 가진 4개월 휴식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자평했다.
정현은 지난해 하반기에 약 4개월 정도 투어 활동을 중단하고 재활 및 자세 교정에 시간을 투자했다.
그는 "그때 포핸드 샷의 그립도 미세하나마 바꿨고, 서브도 웨이트 트레이닝과 밸런스 쪽에 중점을 두고 보완한 것이 효과를 봤다"며 "모든 것은 그 4개월의 공백 덕분"이라고 말했다.
다음 시즌 목표를 "부상 없이 치르는 것"이라고 밝힌 정현은 "톱 랭커를 이겨본 적이 없는데 내년에는 아깝게 지는 것이 아니라 이겨보고 싶다"며 세계적인 선수를 상대로도 승리 의욕을 내비쳤다.
정현은 한가한 시간에 주로 뭐하면서 보내는지도 공개했다.
"침대 왼쪽 끝에서 오른쪽 끝까지 구르는 것은 며칠이 됐든 해낼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떤 정현은 "요즘은 '변혁의 사랑'이라는 드라마를 '본방사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외국에 있을 때는 대회가 열리는 곳의 명소는 꼭 찾아보려고 한다"며 "파리에서는 에펠탑, 이번에 밀라노에서는 두오모 성당에 들렀다"고 덧붙였다.
외모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제가 그렇게 잘 생긴 외모가 아니라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남자의 자존심'이라는 가방이나 신발에 포인트를 주려고 한다"고 재치있게 답했다.
우승을 차지한 뒤 유창한 영어로 인터뷰한 것에 대해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매일 한 시간씩 영어 공부를 했다"며 "그때는 '내가 언제 이 영어를 쓸 일이 있을까' 싶었다"고 웃어 보였다.
"투어에서 상대가 '정현을 상대로는 많이 뛰어다니지 않고서는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질려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힌 정현은 12월 초 태국에서 약 1개월간 전지훈련을 한 뒤 2018년 1월 새 시즌에 돌입할 예정이다.
email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