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석유와 천연가스 주식을 처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7일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국부펀드를 운영하는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재무부에 석유와 천연가스 관련주의 처분을 건의했으며 재무부 측은 이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중앙은행은 국부펀드가 이미 석유와 천연가스 부문에 충분한 익스포저를 갖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투자 비중을 대폭 줄인다면 국부펀드가 석유·천연가스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에 덜 취약해질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에길 마첸 중앙은행 부총재는 이번 건의의 배경에 대해 "리스크 분산이 우리의 관점"이라고 말했다. 국부펀드의 자산이 불어남에 따라 투자처를 다변화하려는 의도이며 지금이 이를 실행할 적기라는 설명이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유가 안정기에는 에너지 주식이 시장 전체와 긴밀한 상관관계를 보이지만 하락기에는 시장 전체보다 훨씬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중앙은행 측은 이번 건의가 향후의 에너지 업종이나 유가에 대한 구체적 전망을 근거로 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글로벌 주식의 1.5%를 보유한 큰 손이라는 점에서 다른 펀드 매니저들은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동향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보유한 자산의 가치는 올해 들어 1조 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했으며 석유와 천연가스 부문에 대한 투자의 비중은 약 6%를 차지한다.
국부펀드는 지난 20년간 석유와 천연가스 업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BP와 로열 더치 셸, 토탈, 셰브런, 엑손 모빌 등 세계적인 석유회사들의 주식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이번 건의는 정부와 의회의 승인 절차를 받아야 하는 만큼 국부펀드가 당장 매각에 나설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는다. 노르웨이 재무부는 이르면 내년 가을에나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로열 더치 셸과 엑손 모빌 등 일부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는 뉴스에 즉각 반응을 보이며 하락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보유한 에너지 기업들의 주식은 셸이 53억 달러로 가장 많고 엑손 모빌이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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