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 측 "영구사용 허용 약속…무상양도 의미 아니다"
채권단 "상표권 협의 안 되면 소송도 검토"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금호타이어[073240] 상표권을 둘러싼 채권단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간 갈등이 법정 소송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상표권을 양보하겠다는 박 회장의 구두 약속에 대한 양측의 해석 차이가 좁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19일 채권단에 따르면 금호산업[002990]은 금호타이어와 산업은행이 보낸 상표권 사용 협조를 요청하는 문서에 아직 회신하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25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박 회장 간 구두 합의 내용을 문서로 남기기 위해 금호타이어는 지난달 26일, 산업은행은 이달 2일에 연이어 협조 문서를 보냈다.
'금호타이어'라는 상표권을 무상양도하고 '금호' 관련 상표권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이다.
산업은행은 박 회장의 상표권 포기 발언이 무상 사용을 약속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금호산업 측은 당시 구두로 약속한 것은 상표권을 영구히 사용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는 의미이지 무상 사용이나 양도를 약속한 바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상표권은 금호산업의 재산으로 박 회장이 무상으로 주겠다고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금호산업 측은 금호타이어가 다른 계열사와 같이 연간 매출액의 0.2%를 사용료로 낼 것을 산업은행에 요구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금호산업의 사용료 지급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상표권 사용료를 받겠다는 것은 결국 박 회장이 상표권 문제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매각이 무산되는 과정에서 박 회장과 상표권 사용료 협상에 어려움을 겪은 산업은행으로서는 이번 기회에 상표권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넘어가고 싶어하는 분위기다.
산업은행이 법적 소송도 마다치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이유다. 산업은행은 금호그룹이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출범하는 과정에서 금호타이어가 금호산업에 무상양도한 상표권을 소송을 통해 되찾아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마침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 간 상표권 분쟁에 대한 2심 판결이 조만간 내려질 예정이다. 1심과 마찬가지로 금호석화의 승소로 결론이 나면 금호타이어(채권단)가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게 된다.
금호산업과 금호석화는 '금호'라는 상표권의 권리자가 누구인지를 두고 다투고 있다.
금호그룹은 2007년 금호산업과 금호석화를 양대 지주회사로 하는 체제로 전환하면서 '금호' 등이 포함된 상표권을 금호산업과 금호석화 공동명의로 등록했다.
그러나 2010년 박삼구 회장의 금호산업과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화가 계열 분리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금호산업은 상표권의 실질적인 권리자라고 주장하고 있고, 금호석화는 상표권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2015년 7월 1심 재판부는 금호산업이 "상표의 권리자임을 인정할 아무런 문서도 작성된 바 없다"고 판시하며 금호석화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에는 계열사가 금호산업에 사용료를 내기로 한 상표권 사용계약이 무효라는 취지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2심에서도 1심과 같은 판결이 유지되면 금호타이어가 금호산업으로부터 '금호타이어'의 상표권을 되찾아올 수 있는 유력한 법적 근거가 생기는 셈이다.
산업은행은 이달 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금호타이어와 금호아시아나그룹 간 계열분리도 신청했다.
양측간에는 지분 관계가 없는 데다가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의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만큼 더는 그룹의 계열사로 남을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앞으로 소송을 대비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금호타이어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가 아닌 만큼 원래 자신이 보유했던 상표권을 돌려달라고 주장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호산업과 협의가 안 되면 남은 것은 법적 절차밖에 없을 것"이라며 "금호산업과 금호 석화 간 2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pseudoj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