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에도 학원서 모의시험 풀이·자습 열중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현혜란 기자 = '침묵(대화금지)'
경북 포항 지진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된 뒤 맞은 18일 토요일. 직접 찾아간 서울 노량진의 한 입시학원 복도에는 이런 문구가 붙어 있었다.
애초 일정대로라면 이틀 전 수능을 치르고 해방감을 만끽해야 할 시간이지만, 이날 사무실이 있는 2층을 제외하고는 말 그대로 '침묵' 분위기 자체였다. 학생들은 실제 수능 시간표에 맞춰 모의시험을 치르기에 여념이 없었다.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 추운 날씨에 온풍기 바람을 맞아 잠이 오는지,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패딩을 입고서 복도에 선 채 문제를 푸는 수험생도 있었다.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던 한 재수생은 "히터 바람이 뜨거운지 졸려서 후다닥 문제를 풀고 올라왔다"며 "나는 수능이 미뤄져서 싫은 입장이다. 빨리 끝내고 놀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학원 관계자는 "원래 수능 일주일 전과 다르지 않다. 수능 연기 발표 당일과 다음날에는 동요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학생들이 이제는 안정을 찾은 듯하다"며 "주말만큼은 학생들이 집중할 수 있게 방해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중구의 한 입시학원도 막판 준비를 하러 나온 학생들로 아침부터 자습실이 붐볐다. 잠을 깨려고 선 채로 책을 들여다보는 수험생도 여럿이 눈에 띄었다.
자습실 창문에는 '사진 찍지 말라', '촬영하지 말라'고 쓰인 포스트잇이 붙어 학생들이 예민한 상태임을 짐작하게 했다.
학원에서 만난 수험생 박모(20)씨는 "늘 하던 대로 공부하고 있다. 종강 이후로는 특강이 없어서 자습하고, 궁금한 게 생기면 선생님에게 질의하는 식"이라며 "컨디션 관리가 중요할 것 같아 특별히 무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학원은 수능이 연기된 뒤 별도 특강은 진행하지 않되, 학생들이 질의응답 신청서를 제출하고 시간을 예약하면 교사들이 해당 시간에 학생들을 만나 질문에 답하는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수강생 800여명은 남은 수능일까지 오전 8∼9시께 학원에 나와 각자 오후 10시까지 자습한다고 학원 관계자는 전했다.
학원 관계자는 "어제까지는 학원 운영이 어떻게 되는지 학부모 문의가 폭주했다"며 "지금은 공지도 됐고 안내 문자도 돌린 상황이라 문의는 줄었고, 차분하게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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