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들 한해 3천억원 분담…기재부 "예산당국이 통제해야"
금융권 "관치만 심해져" 반발…정무위, 논의 보류 의견 통보
(서울=연합뉴스) 이 율 홍정규 기자 = 금융감독 통제권을 두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충돌할 조짐이다. 국회 담당 상임위원회 간 '대리전' 양상도 보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번 주 경제재정소위원회 회의를 열어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안 심사에 착수한다고 19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금융감독원 운영의 주요 재원인 '감독 분담금'을 준(準) 조세 성격의 '부담금'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감독 분담금은 금융회사들이 갹출하는 돈이다. 올해 금감원 예산 3천666억 원 가운데 분담금이 2천921억 원이다.
이를 부담금으로 바꾸면 기재부의 통제를 받는다. 현재는 금융위가 금감원 예산 총액을 정하면 금감원이 분담금을 받지만, 부담금은 기재부가 각 항목을 통제한다.
의원 입법 형태지만, 이 법안은 기재부도 찬성하는 입장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19일 국정감사에서 부담금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 생각에는 부담금 성격이 더 강하다. 더 문제는 수입·지출 통제가 전혀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산당국의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재위는 일단 분담금의 부담금 전환에 대해 특정한 방향을 정하지 않고 여러 측면을 따져 심사할 방침이다.
기재위 김광묵 수석전문위원은 "분담금이 부담금으로 지정될 경우 금융감독 업무의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금감원의 경영이 방만해지는 것을 통제하고 분담금을 납부하는 금융기관의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을 담당하는 금융위는 기재위에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분담금은 기재부 주장과 달리 조세보다는 수수료 성격에 가깝다는 것이다.
금융위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원회도 기재위의 부담금관리법 개정에 반대하면서 법안심사를 보류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정무위 전상수 수석전문위원은 금융감독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예산당국의 통제는 주요국 사례나 국제 규범에 비춰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영국, 독일, 호주 등 금감원과 비슷한 기관을 둔 선진국들도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기관 운영 재원을 정부 예산이 아닌 분담금으로 조달한다는 것이다.
지난 14일 정무위 회의에서 이진복 위원장은 "너무 불합리해 (법안의) 논의 자체를 보류해야 한다"고, 국민의당 박선숙 의원도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정무위의 의견은 기재부의 법안심사에서 구속력이 없다. 법안이 기재위를 통과할 경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두 상임위 간 이견을 조율해야 한다.
금융권에선 기재부가 금감원을 통제할 경우 '관치(官治)'가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위에 더해 기재부까지 금감원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감독기구 개편을 염두에 두고 기재부와 금융위가 힘겨루기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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