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휴대전화 없어 위치추적 불가능…한파 속 수색 '난항'
(가평=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경기도 가평군에서 발생한 이른바 '노부모 사망·실종 사건'이 점점 미궁으로 빠지고 있다.
노부모를 북한강변에 유기한 딸과 한 종교단체의 교주가 일체의 진술을 거부하는데다 주변 인물도 입을 다물었기 때문이다.
19일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가평경찰서에 따르면 북한강에서 물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된 아버지 A(83)씨와 현재 실종 상태인 어머니 B(77)씨, 딸 C(43)씨는 가평군의 한 빌라에 거주했다.
과거 미국에 이민 가 약 30년간 살았던 A씨 가족은 3년 전쯤 한국에 들어와 2016년 10월 이 빌라에 살기 시작했다.
특이한 점은 이 빌라에 A씨 가족 말고 다른 가족이 함께 살았다는 것이다. 빌라는 방 4개짜리 65평형대의 대형평수다.
경찰은 노부모를 제외한 딸과 함께 살던 다른 가족이 D(63)씨가 이끄는 한 종교단체의 신도들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노부모와 딸이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으며, 이 집에는 D씨가 자주 드나들었다.
신도들은 D씨를 교주라고 칭하지 않고, 주로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썼다.
이 종교단체는 기독교 이단계열로 파악됐으며, 따로 교회건물은 없이 신도끼리 대화하고 기도하는 것이 주요 교리라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종교단체의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으며, 이번 사건과의 직접적인 연관성도 아직까지는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선가 딸 C씨와 D씨는 지난 11일 오후 7시 20분과 오후 9시 40분에 각각 C씨의 노부모를 북한강변에 유기했다.
이후 아버지는 다음날 인근에서 물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고, 어머니는 현재까지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다.
딸 C씨는 경찰 조사에서 "좋은 데 데려다 달라고 해서 두 사람을 같은 장소에 내려준 게 다"라며 이후의 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마저도 처음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의 진술과는 다른 것이어서 신빙성이 떨어지는 상태다.
C씨는 처음 아버지가 숨진 채 발견됐을 때는 빌라 폐쇄회로(CC)TV에 자신이 찍힌 사실을 모르고 "노부모가 손을 잡고 함께 놀러 나갔다"고 진술했었다.
경찰은 빌라에 함께 살던 다른 신도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했으나 "소개를 받아 함께 살 뿐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며 진술을 회피했다.
이 노부모에게는 휴대전화도 없어 마지막 위치 찾기 등도 불가능해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어머니 B씨가 집을 나선 지 이날로 일주일이 넘어 사망했을 가능성이 커 소재 파악이 시급한 상황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한파 속에서 인력을 총동원해 아버지가 숨진 채 발견된 지점을 중심으로 북한강변 일대를 수색 중이다.
전날 경찰은 C씨와 D씨를 각각 존속유기 및 유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날 오전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가 진행돼 이날 중으로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된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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