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황제' 진종오, 연탄 배달하며 따뜻한 정 나눠

입력 2017-11-1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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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 황제' 진종오, 연탄 배달하며 따뜻한 정 나눠

햇살마루 홍보대사 맡아 구룡마을서 봉사활동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그동안 봉사할 기회가 별로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좋은 활동에 저를 초대해주셔서 감사하네요."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6도까지 떨어진 19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길만 건너면 강남의 고가 아파트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있지만, 서울의 대표적인 판자촌인 구룡마을은 황폐한 모습으로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추운 날씨 탓에 인적까지 드물어 더 황량한 느낌을 주던 구룡마을에 오전 10시께부터 활기가 돌았다.

봉사단체 햇살마루와 사랑재가 연탄 3천 장을 마련해 불우이웃에 배달하러 왔기 때문이다.

약 80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 중에는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세계 사격 역사상 처음이자 한국 최초로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사격 황제' 진종오(38·KT)도 있었다.

진종오는 햇살마루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엄경희 햇살마루 이사장이 지난해 12월 이 기관을 창립하면서 진종오의 대학(경남대) 선배를 통해 홍보대사를 맡아달라고 부탁했고, 진종오는 흔쾌히 수락했다.


강원도 춘천에서 자란 진종오는 연탄에 대한 애틋한 추억도 있다.

그는 "전 연탄 배달이라길래 어렸을 때 했던 것처럼 집게로 집어서 옮기는 건가 했어요"라며 껄껄 웃고는 긴 '사람 띠' 속에서 옆 사람한테 전달받아 다음 사람한테 전하는 방식으로 연탄을 날랐다.

봉사활동은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남녀노소 불문한 봉사자들은 장갑에 묻은 연탄 가루를 서로의 얼굴에 묻히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엄마와 함께 온 정서은(13) 양은 "올해로 5년째 매년 이렇게 연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며 "착한 일을 하고 나서 먹는 삼겹살 맛은 정말 꿀맛"이라며 깔깔 웃었다.

마침 이날 한파가 닥친 터라 구룡마을 주민은 봉사자들의 발길이 더 반갑다.

채 모(73) 씨는 "일부 가구는 보일러가 있기도 하지만, 기름값이 비싸서 대부분 연탄을 쓴다"며 "없는 사람들을 위해 이렇게 좋은 일을 해주니 많이 고맙다"고 말했다.

진종오는 엄 이사장한테 "내년에도 또 불러달라. (대회가 없는) 이맘때면 할 수 있다"고 오히려 부탁했다.


ksw0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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