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지난 15일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포항의 진앙 부근에서 흙탕물이 땅속에서 솟구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를 놓고 부산대 연구팀은 강한 지진 시 생기는 '액상화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액상화'란 땅속 흙탕물이 지표면 밖으로 솟구쳐 지반이 물러지는 것을 말한다. 부산대 팀은 진앙 주변 2Km 반경 안에서 100여 개의 흙탕물 분출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진이 났을 때 논밭에서 물이 부글부글 끓으며 솟아올랐다는 주민 목격담도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조사팀은 진앙 주변에서 샌드 볼케이노(모래 분출구)와 머드 볼케이노(진흙 분출구) 30여 개를 확인하기도 했다. 모두 지진 '액상화 현상'에 동반할 수 있는 사례다. 포항에서 건물이 내려앉거나 기울어지는 피해가 컸던 이유로 액상화 현상이 지목되기도 한다. 이 현상이 나타나면 건물이 일시적으로 지표면 위에 떠 있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포항에서 나타난 것이 실제로 핵상화 현상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사실이라면 국내 지진 관측 사상 첫 사례다.
기상청은 신중한 태도로 결론을 유보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현상만으로 액상화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진 시 생긴 압력으로 지하수가 분출한 사례는 이전에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확실한 방법은 시추 작업을 해서 지질을 확인하는 것이다. 퇴적층에는 보통 흙과 돌이 무질서하게 쌓여 있는데, 액상화가 일어나면 무거운 것부터 아래에 쌓인다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물이 차오른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지층 구조를 비교·분석하기 위해 기상청은 시추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결론은 한두 달 후에야 나온다고 한다. 기상청의 시추 작업이 완료되면 행정안전부가 자료 분석을 거쳐 최종 결론을 발표한다. 어떤 결론이 날지 모르지만 일단 너무 동요하지 말고 차분히 기다리는 것이 좋다. 관련 학계도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정적인 발표를 자제했으면 한다. 그렇지 않아도 꾸며지거나 우연히 퍼진 가짜 정보의 폐해가 급증하고 있다. 포항 지진은 수능시험 연기까지 몰고 온 국가적 재난이다. 이재민들의 고통을 생각해서라도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사려 깊은 자세가 요구된다.
하지만 액상화 현상이 맞는다면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 현상은 매립지, 하천 주변 등 연약지반에서 비교적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지진이 난 포항도 연약지반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진 가능성이 큰 단층대에 걸쳐 있고, 연약지반도 많은 지역이라면 각별히 세심한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학계에선 기초 공사를 지반 깊숙이 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제언하지만 그런 정도로 안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설계는 물론 시공 전 단계에서 내진 대비 조치가 대폭 강화돼야 할 것이다. 특히 1층에 벽면 없이 기둥만 세운 필로티 구조 건물은 이번 포항 지진에서 결정적 취약성을 드러냈다. 주차장 확보의 이점과 특이한 외관 때문에 인기를 끌고 있다지만 구조적으로 취약한 데다 설계 요건조차 지키지 않은 건물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일단 지자체 차원에서 철저한 점검과 보완 조치가 필요하다. 정부도 내진 설계와 시공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관련 법률 개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공사비가 늘어나고, 건설업체와 주민 부담도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지진의 현실적 위험이 확인되고 있는데 비용 부담을 이유로 법제 정비를 미룰 수는 없다. 큰 사고가 날 때마다 주범으로 거론되는 안전불감증을 치유하려면 그런 식의 안이한 인식부터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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