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감독 "젊은 선수에게 기회 주길 잘했다"
(도쿄=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지금 와서 생각해도 (와일드카드 선발 대신) 젊은 선수에게 기회 주는 거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선동열(54) 야구대표팀 감독은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만전을 앞두고 일본전 패배를 복기하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과 일본, 대만이 출전한 이번 대회는 각국 리그 24세·프로 3년 차 이하 선수에게 출전권을 줬다.
처음에는 23세 이하 선수만 선발할 계획이었지만, 대만에서 와일드카드 제도 도입을 건의하면서 국가당 3명씩 연령과 연차 관계없이 뽑도록 했다.
선 감독은 일본이 와일드카드 제도를 쓰지 않을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일본이 안 뽑는 데 우리도 뽑을 수 없다"며 순수하게 젊은 선수 위주로 25명의 엔트리를 짰다.
이후 와일드카드를 놓고 한국과 일본 감독의 생각은 엇갈렸다.
일본은 포수 가이 다쿠야(소프트뱅크)와 내야수 야마카와 호타카(세이부), 불펜 투수 마타요시 가쓰키(주니치)를 뽑아 전력에 빈자리를 채웠다.
이나바 아쓰노리 일본 대표팀 감독은 대회에서 우승한 뒤 "일본 대표팀에는 승리가 가장 중요했다. 이기는 게 먼저"라는 말로 와일드카드를 뽑은 이유를 밝혔다.
반면, 선 감독은 애초 공언한 대로 "한 명이라도 더 도쿄돔을 경험하는 게 필요하다"며 끝내 선발을 거부했다.
선 감독이 이토록 '도쿄돔 경험'을 강조한 건 그가 1991년 한일 슈퍼게임에 출전했을 당시 도쿄돔을 처음 경험하고 느낀 충격을 잊지 못해서다.
이미 한국에서는 '국보급 투수'였고, 국제대회 경험까지 풍부했던 선 감독은 도쿄돔에 처음 들어갔을 때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회고한다.
이때부터 선 감독의 가슴에는 일본 프로야구 진출에 대한 꿈이 자라기 시작했고, 1995년 시즌이 끝난 뒤 주니치 드래건스에 입단하면서 KBO 리그 선수의 해외 진출 첫 길을 닦았다.
게다가 도쿄돔은 2019년 프리미어 12, 2020년 도쿄 올림픽이 열릴 주요 무대다.
2020년까지 대표팀을 책임질 선 감독에게 이번 대회는 승리보다 경험이 먼저였다.
엔트리에 있는 25명에게 모두 출전 기회를 준 것도, 일본과 예선에서 부진했던 김윤동에게 선수 본인의 요청에 따라 결승에서 다시 마운드에 올린 것도 이 때문이다.
선동열호의 첫 번째 항해 결과는 준우승이다. 16일 일본전에서 7-8로 패한 대표팀은 17일 대만전에서 1-0으로 승리해 결승에 올랐고, 19일 다시 만난 일본과 결승에서 0-7로 완패했다.
일본과 경기에서 2번 모두 졌지만, 대신 박민우·김하성·장현식·임기영·이정후·장필준 등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대표팀을 이끌 선수를 발굴했다.
선 감독은 같은 조건이라면 이번 대표팀에서 활약한 선수에게 아시안게임부터 올림픽까지 선발 우선권을 줄 계획이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한국 야구는 APBC 우승 트로피 대신 도쿄돔을 경험한 25명의 젊은 선수를 얻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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