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관계자 "중국 무역 관행 해결 위한 무역제재 검토 중"
철강·알루미늄 수입금지, 세이프가드 발동 등 검토하는 듯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중 기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이와 별개로 미 정부의 중국에 대한 무역 압박은 계속될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같은 기류는 중국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 방중 직전 미국 측에 '외국 기업을 위해 금융 시장을 더 개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방중 기간 발표를 제안했으나 백악관이 이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때부터 감지됐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인민대회당을 방문했을 때 또 한 번 발표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이 호응하지 않는 바람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떠난 후 금융시장 개방 조치를 독자적으로 발표했다.
중국 금융시장 개방은 미 정부가 끈질기게 요구한 사항이라는 점에서 중국 정부의 제안에도 미 정부가 이처럼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 변화를 시사한다고 WSJ는 해석했다.
실제로 백악관 측은 중국의 금융 시장 개방 결정에 대해 "환영한다"면서도 "너무 늦었다"고 꼬집고 "공정하고 상호적인 시장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중국이 해결해야 하는 산적한 문제 중 하나일 뿐"이라며 그 의미를 축소했다.
이는 미 정부가 기존처럼 고위급 회담 등을 통해 중국 정부의 동의를 간절히 구하던 방식에서 탈피하겠다는 의도로 관측된다.
한 백악관 관리는 중국이 구사하는 전략을 '상대 지치게 하기'(rope-a-dope)로 정의하고, 미국이 중국의 무역 관행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무역제재나 강제 이행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전략국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 연구원은 "미국은 이제 독자적인 행동 위협만이 중국의 변화를 가져온다고 믿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 무역 관련 부서는 이미 중국을 직간접적으로 겨냥한 여러 조치를 검토 중이며 내년 초에는 이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검토 중인 방안으로는 1980년대 초 국가안보를 빌미로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을 금지했던 것이나 2002년 값싼 수입품 증가로 자국 기업이 큰 피해를 봤을 때 발동했던 세이프가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중국은 미국의 이런 정책 변화 조짐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방문 때 자금성을 통째로 비우는 등 '국빈 방문 플러스'의 예우로 맞이한 것도 이를 통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한 것으로 관측된다.
대중 무역에 관한 이러한 미국의 정책 변화를 두고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방중 결과처럼 겉으로는 미국이 실질적 성과를 거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중국이 기존 정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 미 기업에 불이익을 가져다주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강경 전략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우려를 키운다.
일각에선 중국 정부가 이번 방중 때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추가로 선물 보따리를 안기거나, 트럼프 대통령이 세제개편 같은 국내 정치 이슈에 매몰되면 이런 강도 높은 제재를 계속 이어나갈 수 없다는 점을 리스크로 꼽았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개인적 관계'를 통해 후속 무역 조치로 인한 충격파를 다소 줄여보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중국의 무역 불균형에 대해 강경 발언을 쏟아내던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 기간 시 주석에 야단스럽게 칭찬하는 모드로 돌변했는지를 설명해준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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