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315일 기다린 부모, 끝내 아들을 가슴에 묻다

입력 2017-11-20 10:51   수정 2017-11-20 11:53

1천315일 기다린 부모, 끝내 아들을 가슴에 묻다

유해 찾지 못해 유품 화장해 안치…"아들아 잘 가라"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아들아. 내 아들아 잘 가라."

세월호 참사 1천315일째를 맞은 20일 오전 8시 45분께 경기도 수원시 수원연화장으로 미수습자인 단원고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 군의 유품을 실은 리무진이 들어왔다.

이날 화장은 3년 넘게 진행된 수색에도 발견되지 않은 유해 대신 유품을 태워 유골함에 담아 안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가장 먼저 양승진 교사의 영정과 함께 고인의 체온이 고스란히 스민 유품이 관에 담겨 화장장 입구에 위치하자 유족을 비롯한 미수습자 가족들이 오열하기 시작했다.

양 교사의 경우 수색과정에서 유품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가족들은 양 교사가 생전 학교에서 쓰던 물품과 옷가지, 가족들의 편지 등을 관에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양 교사의 노모는 "승진아, 우리 아들 승진아"라며 관을 부여잡고 눈물을 쏟았고, 아내는 "선생님, 양승진 선생님! 여보 잘 가요. 잘 가세요"라며 울부짖어 주위를 숙연케 했다.

이어 박영인 군, 남현철 군의 운구 차량이 차례로 들어왔다. 두 학생의 유품은 수색과정에서 발견된 바 있다.

박 군의 경우 교복과 학생증, 운동복이 든 가방이, 남 군의 경우 이름이 적힌 목걸이, 속옷, 지갑 등이 담긴 가방이 각각 나왔다.

그러나 부모들의 얼굴에는 뼛조각조차 찾지 못했다는 한스러움 그대로 묻어났다.

박 군의 부모는 유품조차 쳐다보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남 군의 아버지는 운구 차량에 실린 관을 붙잡고 "아들아, 잘 가라. 잘 가"라며 어깨를 들썩이다가 마침내 관이 화장장 안으로 들어가자 아내와 함께 맥없이 주저앉아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각 분향실 안에 설치된 모니터 상에 관이 화장로로 들어가는 장면을 보며 다시 통곡했다.

1시간 넘게 이어진 화장이 끝난 뒤 유품을 태운 재가 유골함에 담기면서, 미수습자들은 길고도 길었던 수학여행에 마침표를 찍고 하늘의 별이 됐다.

아울러 1천315일간 슬픔에 몸서리친 가족들은 각기 자식이자 형제이고 남편인 미수습자들을 가슴 깊이 묻었다.

세 사람은 다른 세월호 희생자들이 잠든 평택 서호공원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ky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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