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잦은 이사와 여진…대피소 6일째 지쳐가는 포항지진 이재민

입력 2017-11-20 11:36   수정 2017-11-20 11:52

[르포] 잦은 이사와 여진…대피소 6일째 지쳐가는 포항지진 이재민

"여진 두 차례에 뜬 눈으로 보냈다"…"춥고 화장실 부족해 더 불편하다"

포항시 흥해체육관 정비해 다시 이재민 수용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15일 경북 포항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집을 떠나 대피소에서 생활하는 이재민이 불편한 생활여건에 여진이 이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일 오전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공고체육관에서 만난 이재민은 대부분 멍한 표정이었다.

한 70대 할아버지는 잠을 좀 잤느냐는 물음에 "지난밤과 새벽에 여진이 두 차례 오는 바람에 뜬 눈으로 보냈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잠을 잘 수 있겠느냐"고 답했다.

포항시는 강진이 발생한 뒤 포항 흥해 체육관에 머물도록 한 흥해지역 이재민 800여명을 19일 인근 흥해공고와 남산초등학교에 분산해 머물도록 했다.

현재 남산초등학교에 350명, 흥해공고에 380명가량이 머물고 있다.

흥해 체육관에는 사생활 보호를 위한 텐트를 설치하고 있다.

잠자리를 옮긴 만큼 이재민은 다시 적응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한 50대 여성은 "집에서 벌써 몇 차례 잠자리를 옮긴 데다가 앞으로 또 몇 번이나 옮겨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하루라도 빨리 집에 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60대 여성은 "흥해공고체육관은 흥해체육관보다 더 춥고 화장실도 부족한 데다가 드나들기도 어려워 더 불편하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은 조만간 흥해체육관으로 이전한 뒤 집으로 돌아가거나 LH가 제공하는 임대주택으로 다시 옮겨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규모 3 이상 여진이 이어지면서 이재민은 불안감에 시달린다.

특히 흥해읍은 여진 진앙과 가깝다가 보니 다른 곳에서 느끼는 흔들림 정도가 큰 차이가 있다.

19일 오후 11시 45분과 20일 오전 6시 5분에 포항 북구에 각각 규모 3.5와 3.6 지진이 일어나 흥해지역 건물이 흔들렸다.

지진이 날 때마다 이재민은 잠에서 깨서 밖으로 나가거나 계속 잠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재민 이모(65·여)씨는 "날씨도 춥고 잠자리도 불편해 깊이 잠을 못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쿵'하는 소리와 함께 체육관이 흔들려서 다들 일어났다"며 "사람들이 소리치고 하는 통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한 50대 여성은 "읍내에 사는데 가뜩이나 집에 금이 가고 파손이 심한데 간밤에 여진으로 집이 또 흔들려서 겁이 나서 가족과 함께 대피소로 달려왔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흥해체육관을 우선 정비해서 다시 이재민이 머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며 "어떤 분들이 언제부터 머물 수 있는지는 조만간 논의해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sds12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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