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도네시아 여야 정치인이 대거 연루된 뇌물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현직 하원의장이 결국 구속 수감됐다.
20일 자카르타글로브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부패척결위원회(KPK)는 전날 밤 자카르타 시내의 한 병원에서 세트야 노반토 하원의장을 구속했다.
노반토 의장은 인도네시아 전자신분증(E-ID) 시스템 구축 사업에 관여해 5천740억 루피아(약 460억원)의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2011∼2012년 추진된 해당 사업은 5조9천억 루피아(약 4천800억원)의 예산 중 절반 가까이가 노반토 의장을 비롯한 전·현직 하원의원 30여명에 대한 뇌물 등으로 유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해 온 KPK는 노반토 의장이 소환에 거듭 불응하자 지난 15일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강제구인에 나섰고, 노반토 의장은 이튿날 저녁 자카르타 시내에서 전신주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 병원에 입원했다.
인도네시아 법은 건강상 문제가 있거나 치료 중인 피의자는 구속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에 현지에선 그가 구속을 모면하기 위해 고의로 교통사고를 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 그는 지난 7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최초로 입건됐을 당시에도 병원에 입원한 채 이의를 제기해 현지 법원으로부터 입건 취소 지시를 받아낸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병원 측은 노반토 의장을 정밀검사한 뒤 입원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판정했고, 노반토 의장은 결국 19일 밤 퇴원해 KPK의 피의자 유치시설로 연행됐다.
노반토 의장은 재판 결과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장 20년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그는 인도네시아 원내 2당인 골카르당 총재이자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대통령의 중요한 정치적 동맹인 까닭에 인도네시아 정치권은 노반토 의장의 구속이 2년 앞으로 다가온 차기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부유층과 유력인사가 연루된 부패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올해 초 발표한 2016년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인도네시아는 100점 만점에 37점으로 176개국중 90위를 기록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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