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미끼로 휴대폰 개통…단말기·보조금 빼돌린 일당 덜미

입력 2017-11-20 12:00  

대출 미끼로 휴대폰 개통…단말기·보조금 빼돌린 일당 덜미

경찰, 85명 검거해 6명은 구속…단말기 팔아 16억·보조금 5억 챙겨

총책·판매 등 나눠 조직적 범행에 본사 직원도 가담…사기 등 혐의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주겠다'고 접근해 이들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서 이동통신사의 보조금과 새 휴대전화를 빼돌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사기 및 전파법·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85명을 검거하고, 이들 중 총책인 강모(36)씨와 개통을 맡은 이동통신사 대리점 업주 김모(36)씨 등 6명을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강씨 등은 2015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인터넷에서 대출 광고로 모집한 사람들의 명의로 고가의 휴대전화 1천747대를 개통해 통신사 보조금 5억 원을 빼돌리고 이렇게 개통한 휴대전화를 팔아 16억 원 상당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대출 신청자들의 이름으로 새 휴대전화를 개통하기 위해 먼저 대출 신청자가 과거에 연체한 휴대전화 요금을 대신 납부했다. 이후 고가의 휴대전화를 개통한 다음 대신 내줬던 요금의 수납을 취소해서 돈을 돌려받았다.

강씨 등은 또 새 단말기의 국제고유 식별번호(IMEI)를 중고 휴대전화로 복제한 다음 새 휴대전화를 국내외에 팔아 이익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IMEI를 중고 휴대전화로 옮기는 과정에 불법 소프트웨어가 동원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통화량이 없으면 개통이 취소되는 것을 피하려고 새 휴대전화의 IMEI 값이 복제된 중고 전화들끼리 하루 10∼15분씩 자동으로 통화를 주고받도록 자동 통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 신청자들은 30만∼60만 원 가량을 소액 대출받은 뒤 새로 개통한 휴대전화의 요금과 할부금을 떠안았다. 그러나 신청자 대부분은 이미 휴대전화 요금이 밀려 신용불량 상태였고, 새로 개통한 전화의 요금도 대부분 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강씨 등이 총책, 개통, 대출 신청자 모집, 해외 밀수출 담당 등으로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본다.

검거된 이들은 강씨를 비롯한 총책 5명(3명 구속), 국내 한 이동통신사 본사 직원 2명, 국내 3개 이통사의 대리점주·직원 20명(2명 구속), 대출 신청자를 모집한 불법 대부 중개업자 5명, 밀수업자 중국인 L씨(구속)를 비롯한 53명 등이다.

이 가운데 통신사 직원 2명은 강씨 등의 부탁에 따라 대리점 2곳을 개설하도록 도와준 혐의(업무방해)를 받는다.

경찰은 이들이 까다로운 대리점 개설 요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점수를 조작해줬고, 이렇게 개설한 대리점을 통해 강씨 등이 연체기록을 조작하는 등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jae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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