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사퇴 계속 거부할 경우 탄핵 가능성에 무게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세계 최장기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93) 짐바브웨 대통령이 군부 쿠데타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무가베 대통령이 버티기를 이어가면서 어떤 방식으로 권력과 '이별'을 할지 종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가베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짐바브웨 국영 TV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다음달 여당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ZANU-PF)의 전당대회를 주재하겠다며 당장 사퇴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40년 가까이 적수 없이 짐바브웨를 통치한 무가베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가장 놀란 사람일 것이라며 갑작스런 부통령 경질과 당내 불화, 부인 그레이스의 권력욕 등을 그 배경으로 분석했다.
AFP통신을 비롯한 외신은 앞으로 무가베 대통령이 직면할 시나리오로 자진사퇴, 의회의 탄핵, 군부에 의한 축출 등 3가지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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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무가베 대통령이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을 개연성이다.
무가베 대통령은 현재까지 완강하게 버티고 있지만 짐바브웨에서 사임 요구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ZANU-PF는 이날 중앙위원회를 열어 무가베 대통령의 당대표직을 박탈했다.
앞서 지난 18일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서는 시민 수만명이 모여 무가베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는 짐바브웨 재향군인회, ZANU-PF 주(州)지부를 중심으로 조직됐고 군부의 지지를 받았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무가베 대통령은 이제 군부와 당에서 모두 기댈 곳이 없는 신세로 전락했다.
짐바브웨 대통령을 향한 공세가 심해지는 만큼 무가베 대통령이 앞으로 자진사퇴로 마음을 바꿀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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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가베 대통령 입장에서는 신변보장이 확실하게 이뤄진다면 자진사퇴가 현실적인 손실을 최소화하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다만, 그가 자진사퇴할 경우 후임자 문제가 다소 복잡하다.
AFP통신은 "군부가 우선 무가베 대통령이 에머슨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을 재임명하도록 설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가베 대통령은 지난 6일 차기 대통령 후보로 꼽혔던 음난가그와 부통령을 전격 경질했다.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은 군부의 신임이 두텁고 과도정부의 지도자로 유력한 것으로 평가된다.
펠레케자 음포코 제2부통령은 무가베 대통령 부부의 측근이기 때문에 군부가 그의 대통령직 승계를 용인하기 어렵다.
두번째는 무가베 대통령이 탄핵으로 권좌에서 내려올 가능성이 거론된다.
ZANU-PF는 무가베 대통령에게 20일 오전까지 퇴진할 것을 요구하고 그렇지 않으면 탄핵 절차를 밟겠다는 뜻을 밝혔다.
짐바브웨 의회에서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무가베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론이 강한 만큼 표결에 부치면 탄핵이 가결될 공산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탄핵은 자진사퇴보다 시간이 오래 필요한 만큼 짐바브웨의 정국 혼란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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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군부가 무가베 대통령을 축출하는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다.
무가베가 끝까지 사퇴를 거부할 경우 최후로 꺼낼 수 있는 카드이지만 일단 실현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군부는 무가베 대통령을 가택 연금한 직후 "대통령 주변의 범죄자를 겨냥해 작전에 나섰다"며 쿠데타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짐바브웨 안팎의 반발을 의식하고 평화롭게 정권을 바꾼다는 명분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아프리카연합(AU)과 남아프리카개발공동체(SADC)는 짐바브웨 군부에 불법적인 수단으로 무가베 대통령을 제거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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