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경찰, 불타버린 한국전쟁 전사 경찰관 사진 대신 몽타주 작성
(속초=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살아생전 아버지 모습과 너무나도 비슷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54주년 경우회의 날을 하루 앞둔 20일 강원 속초경찰서 대회의실 명예의 전당에 두 장의 몽타주가 걸렸다.
몽타주 주인공은 1952년 3월 19일 양양군 현북면에서 북한군과 교전 중 목숨을 잃은 최무길 순경과 김화길 순경.
흔히 범죄 수사에서 목격자 증언을 모아 용의자 수배 전단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진 몽타주가 아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두 경찰관의 얼굴이 그려진 몽타주였다.
두 사람의 몽타주가 걸린 사연은 이랬다.
최근 속초경찰은 한국전쟁 당시 속초·양양지역을 수호하던 중 전사·순직한 선배 경찰관들 사진과 공적을 대회의실 명예의 전당에 내걸어 역사의 교훈으로 전하기로 했다.
수많은 대상자 중 논의를 거쳐 선배 경찰관 3명을 정했으나 김 순경과 최 순경의 사진이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한국전쟁 당시 불에 타 잿더미로 변했기 때문이다.
이에 고심하던 속초경찰은 강원지방경찰청 과학수사팀 협조를 받아 몽타주를 작성하기로 했다.
경찰은 지난 일주일 동안 유족 도움으로 몽타주를 완성했다. 액자까지 만들어 유족들에게 선물했다.
이를 본 유족들은 "살아생전 고인의 모습과 너무도 비슷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몽타주 작성을 담당한 과학수사팀 이준호 경위는 "매번 피의자 몽타주만 작성하다 순직하신 경찰 선배님의 몽타주를 작성하니 감회가 새롭고 가슴 한편이 뭉클해진다"고 말했다.
속초경찰은 경찰서 설립 이후 혁혁한 공을 세운 선배 경찰관의 사진과 공적도 명예의 전당에 게시할 예정이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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