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평균 64.7세에 중환자실 입원…1인당 치료비 569만원
삼성서울병원, 중환자 126만명 빅데이터 분석결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우리나라는 남성이 여성보다 병원 중환자실을 5년 더 일찍 찾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아프거나 다치지 않고 사는 '건강수명'의 남녀별 격차(남 68세, 여 72세)가 중환자실 입원 데이터에서도 확인된 셈이다.
서지영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팀은 2009∼2014년 사이 중환자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국내 18세 이상 성인 126만5천509명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빅데이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5년 치 빅데이터를 이용해 국내 중환자실 이용 실태를 처음 분석한 것으로, 관련 논문은 중환자의학 분야 국제학술지(Journal of Critical Care) 최근호에 발표됐다.
논문을 보면 국내 중환자실 입원 환자의 평균 나이는 64.7세로, 남성(62.4세)이 여성(67.8세)에 견줘 5.4세 더 일찍 중환자실을 찾았다. 중환자실 입원이 가장 많은 나이는 남성 72세, 여성 77세로 역시 5년의 격차를 보였다.
중환자실을 찾을 당시 합병증의 개수는 남성이 3.5개로, 여성의 3.2개보다 많았다. 합병증으로는 당뇨병이 44.8%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뇌혈관질환 26.8%,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25.1% 등의 순이었다.
전체 중환자실 환자를 성별로 보면 남성(57.8%)이 여성(42.2%)보다 훨씬 많았다. 중환자실 사망률에서도 남성이 인구 10만명당 연간 102.9명으로, 여성의 83.8명을 크게 넘어섰다.
국내 중환자실 입원의 38.2%와 58.5%는 각각 3차병원(대학병원), 종합병원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전체 환자의 3명 중 1명꼴에 육박하는 32.7%는 조사 기간 중 두 차례 이상 중환자실에 입원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번 중환자실을 찾은 환자가 계속해서 중환자실을 찾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한국의 고령화 추세는 중환자실 환자의 입원 연령에서도 확인됐다.
2009년의 경우 중환자실 평균 입원 나이가 63.4세였지만 2010년 64세, 2011년 64.4세, 2012년 65세, 2013년 65.3세, 2014년 65.6세로 5년새 2.2세가 높아졌다. 또 전체 중환자실 입원 환자의 16.9%가 80세 이상의 고령으로 분석됐다.
해를 거듭할수록 중환자실 환자 1인당 치료 비용(중앙값)이 덩달아 증가하는 경향도 관찰됐다. 중환자실 의료비용은 2009년만 해도 환자 1인당 522만원이었지만, 5년이 지난 2014년에는 569만원으로 약 9% 증가했다.
연구팀은 가장 큰 이유로 고가의 생명유지장치 사용을 꼽았다.
서지영 교수는 "중환자실 환자에게 전통적으로 사용돼 온 혈관수축제는 사용이 줄어드는 반면 값비싼 '인공 심폐장치'(ECMO)와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 등의 '신대체요법'(CRRT) 사용은 꾸준히 증가함으로써 환자 비용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공 심폐장치나 신대체요법을 써도 중환자실 입원의 원인이 되는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어렵고, 삶을 연장하기 위한 이런 장치의 이용이 오히려 중환자실 관리시스템에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 의료진과 환자, 환자의 가족에게도 고통을 줄 수 있다는 게 의료진의 판단이다.
서 교수는 "급속히 고령화하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고려할 때 앞으로 중환자실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면서 "병상이나 전문인력, 장비부족 등의 문제점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런 문제를 예측하고 대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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