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재 연세대 교수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15일 발생한 포항 지진으로 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지진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요인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각판이 충돌하는 땅속 깊은 곳에서 새로운 점토광물이 생성돼, 지각판의 물성과 움직임이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용재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팀은 지각판이 다른 지각판 아래로 들어가는 부분에서 고온과 고압으로 인해 '초수화 점토광물'이 생길 수 있음을 알아냈다고 21일 밝혔다.
초수화 점토광물은 '카올리나이트'(고령석) 구조에 물 분자가 들어간 광물을 뜻한다. 주위 환경의 변화에 따라 광물 속에 있던 물이 다시 유출되기도 한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 실렸다.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지구의 가장 바깥층인 지각은 지구 전체로 보면 두께가 아주 얇은 '막'과 비슷하며, 뜨거운 맨틀 위에 둥둥 떠 있는 판 상태로 존재한다.
지각판을 받치는 맨틀은 마치 액체처럼 계속 움직이고, 맨틀의 움직임에 맞춰 지각도 따라 움직인다.
지각의 '물'은 맨틀이 있는 깊은 땅속으로도 들어가며, 마치 엔진의 윤활유처럼 지각과 맨틀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돕는다. 이렇게 땅속에 존재하는 물의 양은 바닷물 총량보다 많다고 알려졌다.
특히 지각판 아래로 다른 지각판이 들어가는 '섭입대'는 물의 통로이자 지진과 화산활동이 활발한 부분이다.
연구진은 이런 땅속 환경을 실험실에서 모사해, 지각판 사이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알아봤다. 땅속의 고온과 고압 환경은 다이아몬드 2개를 맞붙인 '다이아몬드 앤빌셀'(Diamond-anvil cell)이라는 장치로 만들 수 있다.
연구진은 국내에 풍부해 도자기의 원료로도 쓰이는 고령석을 물과 함께 다이아몬드 사이에 넣고, 땅속 75km 깊이와 환경이 유사하도록 약 2만5천 기압과 200℃ 온도의 환경을 구현했다.
그 뒤 고령석이 어떤 물질로 변했는지 포항방사광가속기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고령석 속에 물 분자가 들어간 형태의 '초수화 고령석'이 됐다. 초수화 고령석은 시료로 고령석보다 부피가 약 30% 이상 컸다.
이용재 교수는 "섭입대 지각판 접촉면에 초수화 고령석이 생기면 (지각판의) 물성이 변할 수 있으며, 따라서 지진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표에서 관찰되는 지질현상에 대한 이해는 땅속에 대한 연구를 통해 가능하다"며 "더 깊은 땅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백만 기압과 수천℃ 이상의 온도의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연구시설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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