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의혹' 전병헌 17시간 마라톤조사…검찰, 구속영장 검토

입력 2017-11-21 03:58   수정 2017-11-21 04:21

'뇌물의혹' 전병헌 17시간 마라톤조사…검찰, 구속영장 검토

뇌물수수 관여했나 집중규명…e스포츠協 '사유화 의혹'도 초점

田 "옛 비서 일탈 송구…불법행위 관여 없었다" 혐의 강력부인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검찰이 롯데홈쇼핑으로부터 수억원의 뇌물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는 전병헌(59)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상대로 17시간 넘는 마라톤 조사를 벌였다.

20일 오전 10시께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이튿날 새벽까지 조사를 받은 전 전 수석은 21일 오전 3시 35분께 검찰 청사를 나섰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여권 고위 관계자가 부패 혐의로 검찰에 불려 나와 고강도 조사를 받은 것은 전 전 수석이 처음이다.

그는 출석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과거 의원 시절 두 전직 비서들의 일탈에 대해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청와대에 많은 누가 된 것 같아서 참으로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저는 그 어떤 불법에도 관여한 바가 없다"면서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부인했다.





전 전 수석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소속 국회의원 시절인 2015년 7월 롯데홈쇼핑이 자신이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는 한국e스포츠협회에 3억3천만원의 후원금을 내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해 4월 미래창조과학부의 롯데홈쇼핑 방송 재승인 심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봐주기 의혹'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던 때였다. 검찰이 후원금의 대가성을 의심하는 대목이다.

또 당시 의원실 비서관이던 윤모(구속)씨 등과 공모해 롯데 후원금 가운데 1억1천만원을 용역업체와 허위 거래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자금세탁해 빼돌려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도 있다.

e스포츠협회 부회장으로 행세하며 게임 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진 윤씨는 방송 재승인 과정의 하자를 공개적으로 제기하지 않는 대가로 롯데홈쇼핑이 전 전 수석이 명예회장으로 있던 협회에 3억3천만원을 대회 협찬비로 내게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로 앞서 구속됐다.

검찰은 롯데 후원금 외에도 전 전 수석이 협회 핵심 인사들과 공모해 협회 자금을 임의로 사용한 의혹도 파헤치고 있다.

협회 사무국장 조모씨도 윤씨 등에게 롯데 후원금 중 1억1천만원을 비정상적 방법으로 내주는가 하면 전 전 수석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와 인턴 등에게 1년 동안 100만원가량의 지급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검찰은 회장, 명예회장 등 직함을 갖고 e스포츠협회 운영에 깊숙이 관여해온 전 전 수석이 협회를 사유화하고 윤씨와 조씨 등을 움직여 사익을 취한 정황이 짙다고 보고 전 전 수석을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전 전 수석이 지난 5월 청와대 정무수석에 임명돼 협회 회장직을 내려놓고서도 조씨로부터 협회 현황을 보고받는 등 협회 경영에 관여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회 운영에 영향력을 쥔 전 전 수석의 승인 없이는 거액의 출연금을 빼돌리거나 허위 급여 지급하는 등의 일이 일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란 게 검찰이 주목하는 지점이다.

검찰은 롯데홈쇼핑 외에 일부 홈쇼핑 업체와 이동통신사들도 e스포츠협회에 거액을 후원한 것으로 파악하고 협회 자금 유용 과정을 전 전 수석이 알고 있었는지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 전 수석은 검찰 조사에서 협회 자금 횡령 등과 관련해 자신은 그런 사실을 몰랐다고 불법행위 연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간 수집한 증거 자료와 전 전 수석의 진술 내용 등을 분석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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