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테러지원국 지정에 "북핵해결 의지 상징" vs "중대한 오판"(종합)

입력 2017-11-21 11:35   수정 2017-11-21 11:36

北테러지원국 지정에 "북핵해결 의지 상징" vs "중대한 오판"(종합)

미 전문가들 엇갈린 분석…"대화 등 외교적 해법 문닫아, 추가 도발 우려도"

美하원 외교위원장 "최대의 압박 작전에 중대한 발걸음"

일본과의 공조 해석도…아베 총리, 즉각 환영 메시지 발표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데 대해 다수의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핵 해결을 위한 강력한 의지가 담긴 상징적인 조치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북한과의 대화 등 외교적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상징성 있는 강력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는 "오바마 정부도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문제를 깊이 있게 검토했으나 법적인 근거를 찾지 못했다"면서 "김정남 암살 사건이 트럼프 정부에 합법적인 근거를 제공했다"고 풀이했다.

오바 민타로 전 국무부 동아태국 한·일 담당관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것은 북한 압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실질적 효과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면서도 "북한 비핵화를 향한 길을 더욱 단단하게 하는 상징적인 가치를 담은 조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러셀 전 차관보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도 "미국이 테러지원국 지정을 나중에 협상할 때 인센티브로 활용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지난 6월 북한에 억류됐다 위독한 상태로 귀환한 뒤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 이후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강력히 요구했던 미 의회는 이번 결정을 크게 환영했다.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김정은은 이복형 김정남을 뻔뻔스럽게 화학 무기로 살해하고 오토 웜비어를 잔인하게 고문해 비극적인 죽음에 이르게 했다"며 "두 사건은 북한의 지속적인 테러 패턴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 뒤 "이번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로이스 위원장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것은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강행하며 국제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에 최대의 압박 작전과 외교·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데 있어 중대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스 위원장을 비롯해 상원 외교위원회 코리 가드너(공화·콜로라도) 동아태 소위원장과 마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상원의원 등 10명 가까운 의원이 잇따라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WSJ는 사설에서 "트럼프가 또 하나의 상징적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번 재지정은 북한의 범죄 행위를 부각하는 동시에 김정은 정권의 고립을 강화할 것"이라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일반통념을 깨뜨릴 유일한 방법은 모든 전선에서 가능한 한 강하게 정권을 쥐어짜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반면 1994년 북핵 위기를 일시 봉합한 북미 제네바 합의 때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로버트 갈루치는 "이것(테러지원국 재지정)이 어떻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어쩌면 중대한 오판일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번 조치가 북미 대화의 돌파구를 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싱크탱크 국가이익센터(CFTNI)의 해리 카자니스 국방연구국장은 로이터 통신에 "슬프게도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행동은 아무도 다른 한 쪽에 출구를 열어주지 않는 '벼랑 끝 전술'의 위험한 게임을 더 강화시킬 뿐"이라며 역효과를 염려했다.

워싱턴 가톨릭대 정치학과의 앤드루 여 교수도 WSJ와의 인터뷰에서 "최소한 단기간에는 이번 재지정이 북한의 행동을 바꾸거나 북한 정권의 협상테이블 복귀를 압박할 것 같지 않다"며 "미국과의 관계 복원에 추가 장애물을 놓음으로써 외교적 개입을 향한 문을 닫아버린 셈"이라고 비판했다.

에드워드 마키(민주·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이번 조치가 '말의 전쟁'을 더 고조시킬 것"이라면서 "북한에 핵 또는 탄도미사일 개발의 책임을 묻는 데 (테러지원국 재지정이)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정보기관 관료는 김정은 정권이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포함한 다양한 방식으로 응답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단을 압박하기 위해 중국의 더 큰 협력을 구하려는 트럼프의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번 조치가 "핵 협상을 압박하는 강력한 새 지렛대가 될지, 아니면 트럼프와 김정은 간의 '말의 전쟁'을 심화할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중 일본의 납북 피해자 가족과 만난 것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부시 정권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국장을 지낸 마이클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부소장은 워싱턴포스트(WP)에 "북한을 리스트에 다시 올린 것은 일본에 선의를 보여주는 행위로서 상징적으로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순방 기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아베 총리는 이날 미국의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발표가 나오자마자 즉각 환영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k02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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