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포격 7년] "불 끄고 포탄 나르고…정신없이 싸웠죠"

입력 2017-11-22 06:00   수정 2017-11-22 08:16

[연평도포격 7년] "불 끄고 포탄 나르고…정신없이 싸웠죠"

北도발 당시 대응사격한 포 7중대 소속 추윤도 상사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 30분 무렵.

서해 최전방 연평도 주둔 해병대 연평부대의 포 7중대는 K-9 자주포 6문으로 월례 사격훈련을 하고 있었다.

포 7중대 정비 담당관으로, 첫 번째 K-9 자주포인 1포의 사격통제를 하던 추윤도(43) 상사는 부대의 2포에 문제가 생겼다는 통보를 무전기로 받고 그곳으로 뛰어갔다.

추 상사가 2포에 도착하자마자 '꽝'하며 귀를 찢는 듯한 굉음이 바로 옆에서 울리더니 20∼30m 떨어진 3포에 불이 붙었다. 사격진지 주변에도 몇 발의 포탄이 떨어졌다. 앞을 가리는 먼지와 매캐한 포연 속에서 추 상사는 북방한계선(NLL) 저편 북한군의 공격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추 상사가 평생 잊을 수 없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은 이렇게 시작됐다.

추 상사는 연평도 포격도발 7년을 앞두고 지난 2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긴박했던 당시를 회고했다.

생사를 오가는 상황이었지만, 평소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은 포 7중대원들은 북한군이 포격을 시작한 지 13분 만에 대응사격에 나섰다.

추 상사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소화기로 3포의 불을 끄는 작업이었다. 3포 뒤로 수m 떨어진 곳에 포탄과 장약이 쌓여 있어 불이 번질 경우 엄청난 폭발이 발생할 수 있었다.

3포의 불을 끈 추 상사는 진지 주변에 땅을 파 만들어놓은 통로를 따라 2포로 돌아가다가 대응사격 중인 4포 뒤에서 중대원이 손으로 포탄을 나르는 것을 보고 그 일에 동참했다. 한 발의 포탄이라도 더 빨리 적의 진지로 날려 보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약 30㎏의 묵직한 K-9 포탄 10여발을 손으로 나른 추 상사는 한 발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발을 다쳤지만, 아픔을 느낄 겨를조차 없었다.

1포에도 문제가 생겼다는 통보를 받고 통로를 따라 돌아가던 추 상사는 1포 뒤편에 북한군 포탄이 떨어져 큰불이 난 것을 보고 중대원들과 화재 진압을 해야 했다. 소화기뿐 아니라 배수로에 있는 물까지 퍼 닥치는 대로 불을 껐다. 포탄과 장약의 폭발을 막기 위해서였다.

북한군은 연평도를 겨냥해 170여발을 발사했고, 포 7중대는 대응사격으로 북한군 무도와 개머리 진지에 80여발을 쐈다.

북한군의 무차별 포격으로 연평부대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이 전사하고 민간인 2명이 숨졌다. 포 7중대의 대응사격으로 북한군도 상당한 인명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전투가 끝난 다음에야 추 상사는 포탄을 떨어뜨린 발의 고통을 느꼈다. 발가락 골절로 피멍이 들었고 퉁퉁 부어올랐다.

연평도에 있는 가족도 생각났다. 추 상사의 부인과 초등학생 딸 둘은 당시 연평부대 관사에 살고 있었다.

가족이 다치지나 않았을까 하는 걱정에 지휘관의 허락을 받아 관사로 뛰어간 추 상사는 대피호에서 부인과 딸이 무사한 것을 보고 부둥켜안고 울었다.

추 상사의 첫째 딸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볼 나이가 됐다. 경북 포항 지진으로 시험일이 연기돼 공교롭게도 평생 잊을 수 없는 11월 23일 수능 시험을 보게 됐다.

지금은 해병대 2사단에서 작전지원 담당관의 임무를 수행 중인 추 상사는 그날 국립대전현충원에서 해병대사령관 주관으로 거행되는 연평도 포격전 7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한다.

대전현충원에는 연평도 포격도발로 희생된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이 잠들어 있다. 이곳에서 추 상사는 오랜만에 포 7중대 전우들도 만날 계획이다.

추 상사는 "연평도 포격도발은 6·25 전쟁 이후 북한군이 처음으로 대한민국에 포격을 한 사건"이라며 "온 국민이 전사자를 추모하고 국가 수호 의지를 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ljglor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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