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태국에 밀입국했다가 적발돼 갇혀 지내던 위구르 인들이 집단 탈출해 현지 치안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요란한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요란한 비가 내리는 날을 골라 수용시설 벽에 구멍을 내고 담요를 로프 처럼 활용하는 등 영화에나 나올법한 치밀함을 보였다.
2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새벽 남부 송클라 주(州) 사다오에 있는 이민자 구금시설에서 위구르인 25명이 집단 탈출했다.
이 가운데 5명은 추격에 나선 경찰에 붙잡혔지만, 나머지 20명은 아직 행적이 묘연하다.
현지 경찰 관리인 쁘라싯 팀마껀은 "20명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당국은 국경 지대에 검문소를 추가로 설치하는 등 이들을 검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태국 이민청에 따르면 이들은 깨진 타일 조각 등으로 감방 외벽에 2개의 구멍을 냈다. 또 벽에 난 구멍에서 지면까지 2m 이상을 내려가기 위해 담요를 로프 용도로 활용하기도 했다.
더욱이 이들은 경비 요원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천둥·번개를 동반한 요란한 비가 내리는 새벽에 탈옥을 감행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탈출을 감행한 위구르인들은 중국 신장(新疆) 자치구 출신으로 지난 2014년 터키로 가기 위해 태국에 밀입국했다가 적발된 300여 명 가운데 일부다.
위구르인들은 중국 당국의 탄압을 피해 언어, 종교적으로 가까운 터키를 정치적 망명지로 선호했지만, 태국은 자국에 밀입국한 위구르인 가운데 109명을 중국으로 강제 송환했다. 172명은 터키로 갔고 60여 명이 지금까지 태국에 남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국제사회는 태국 당국의 위구르인 강제 송환을 강력하게 비판했고, 2015년 8월 20여 명의 사망자를 낸 방콕 에라완 사원 폭파사건이 벌어지자 위구르인 강제 송환이 화를 불렀다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로 에라와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돼 재판을 받는 2명의 남성은 중국 신장 출신의 위구르인이다.
한편, 태국 이민청은 위구르인 집단 탈출 사건 발생 후 구금시설 담당자 등 6명을 직위해제 및 긴급 전보 조처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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