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관련 불법감금·고문 등 혐의…美 "부당하다"
(서울=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아프가니스탄에서 자행된 전쟁범죄와 관련해 미군과 미국 중앙정보부(CIA) 요원들도 조사하게 해달라"
파투 벤수다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가 ICC 재판부에 아프가니스탄 정부군, 테러 조직 탈레반과 하키니 네트워크의 전쟁범죄를 조사하게 해달라면서 이같이 요구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 보도했다.
벤수다 검사는 "2003년 5월부터 아프가니스탄에서 자행된 범죄와 2002년 7월부터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비밀 감금시설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CIA는 2001년 발생한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뿐만 아니라 태국, 폴란드 등 여러 곳에서 '블랙 사이트'(black site)로 알려진 비밀 감옥을 운영하면서 테러 용의자들을 심문했다.
벤수다 검사는 "현 상황에서 가장 심각한 범죄에 책임 있는 자들에 대해 해당 국가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범행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ICC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과 관련한 범죄혐의는 주로 2003년에서 2004년에 벌어졌지만 2014년까지 이어진 경우도 있다"면서 "성폭력, 물고문 등에 의한 질식, 고문 위협, 공포감을 주기 위한 개 사용 혐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탈레반과 연계조직들이 아프가니스탄 정부와 외국 기관을 돕는 민간인이나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민간인을 1만7천700명가량 살해하고,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감금시설에서 고문이 만연했다는 제보를 여러 경로를 통해 입수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벤수다 검사의 요구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미국인에 대한 ICC의 조사는 완전히 부적절하고 부당하다"면서 "어떤 조사도 아프가니스탄의 평화나 정의에 부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 국방부와 CIA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파람 프릿 싱 국제재판 상임고문은 "벤수다 검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ICC가 아프리카 국가들에만 초점을 맞추는 등 편향적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잔혹 행위를 한 사람이 국적 뒤에 숨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 설립된 ICC에는 120개국 이상이 회원으로 가입했지만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은 가입하지 않았다.
이론적으로는 ICC가 미국인이 회원국에서 자행한 범죄를 처벌할 수 있다.
범죄 피해자들은 내년 1월 31일까지 ICC의 전심재판부에 출석해 피해 사실을 증언해야 한다.
피해자 증언이 이뤄질지와 ICC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을 받고 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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