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발트 3국 회유 시도…동유럽의 "지리적 분산" 요구 거부돼
NHK, "향후 EU 결속에 영향 우려"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현재 영국에 있는 유럽 의약품청(EMA)과 유럽 은행감독청(EBA) 이전지가 회원국의 투표로 각각 암스테르담과 파리로 결정됐지만, 이 과정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NHK가 21일 보도했다.
EU는 20일 브뤼셀 EU 본부에서 영국을 제외한 27개 회원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브렉시트 이후 EMA와 EBA의 새로운 소재지를 결정하기 위한 투표를 했다. 역내 27개 도시가 이전지에 입후보했지만 의약품에 대한 평가와 감독· 감시 업무를 담당하는 EMA 유치전에서는 암스테르담과 이탈리아의 밀라노가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암스테르담이 승리했다.
EBA의 새로운 소재지 투표에선 프랑스 파리와 아일랜드 더블린이 접전을 벌인 끝에 파리가 유치도시로 결정됐다. 은행 관련 규제 업무를 담당하는 EBA에는 159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이중 신약 승인 등을 담당하는 EMA는 직원이 900명 이상인 데다 연간 3만여 명의 전문가가 방문하는 곳이어서 유치에 따른 경제효과가 크기 때문에 19개 도시가 유치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밀라노가 입후보한 이탈리아가 러시아와 접하고 있는 발트 3국에 대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연합군에 이탈리아군을 증파하는 조건으로 밀라노 지지를 제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NHK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서둘러 의혹을 진화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또 슬로바키아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은 서유럽 국가에 몰려있는 EU 관련 기구를 분산해야 한다며 "지리적 분산"을 이전지 결정에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최종적으로는 두 기관 모두 EU 원회원국으로의 이전이 결정됐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의장은 2기관의 이전지가 결정된 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결과가 어떻든, 오늘 투표의 진정한 승자는 EU 27개 회원국"이라면서 "(EU 27개국은) 잘 조직화해서 브렉시트를 대비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EBA를 유치한 프랑스 정부는 "새로운 EU기구를 설치할 때는 '지리적 분산'이 중요한 기준이 돼야 하지만 기존기구는 가능한 한 원활하게 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NHK는 그러나 투표과정에서 제기된 의혹과 동유럽 국가들의 주장을 감안할 때 이번 투표가 향후 EU의 결속에 미묘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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