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수렵장 폐쇄·세계잼버리대회 성공개최 다짐행사 취소
(군산=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는데 AI가 턱밑까지 올라와 죽을 맛입니다."
철새도래지인 전북 군산 상가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군산 금강하굿둑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주말에 AI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퍼지자 탐조객 등 관광객의 발길이 확연히 줄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군산∼부안∼고창으로 연결되는 도내 서해안 벨트는 대표적인 철새도래지로 이맘때면 겨울 진객 철새를 보려는 탐조객들로 북적거렸다.
하지만 19일 고창의 한 오리농가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병하고 군산 나포면 십자들녘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도 AI 바이러스가 검출되자 이들 지역의 상가는 겨울 날씨만큼이나 썰렁해졌다.
다행히 군산 십자들녘의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약한 저병원성(H5N3)으로 확인됐지만, 반경 10㎞ 내 가금류 사육농가에 대한 이동제한 조치는 당분간 유지되는 등 방역이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AI가 올겨울 철새도래지를 중심으로 확산할 기미가 보이자 지역경제가 이미 영향권에 들어서고 있다.
전북도는 고병원성 AI가 발병한 고창군의 수렵장 운영을 21일부터 전면 중단했다.
엽사들의 왕래로 자칫 AI가 인근 시·군으로 확산할 것으로 우려해서다.
완주군 수렵장도 AI 상황에 따라 축소 운영 또는 중단 여부를 검토키로 했다.
전북도는 각종 농작물의 피해 예방 및 야생동물 개체 수 조절을 위해 동절기 수렵장을 고창군과 완주군에서 이달 1일부터 운영해왔으나 AI를 차단하기 위해 이런 조치를 내렸다.
고창군은 수렵장 폐쇄로 당장 2억원 안팎의 수입이 사라지게 됐다.
도는 또 24일 부안 현지에서 열 예정이었던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 성공개최 범도민 성공 다짐행사도 무기한 연기했다.
다중이 모이는 행사를 자제하려는 취지로 일선 시·군에도 이 같은 지침을 전달했다.
연례행사로 도내 서해안 곳곳에서 해마다 열렸던 해넘이 행사도 불투명해져 숙박업계와 음식점 등 지역경제가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군산 비응도의 한 상인은 "철새를 구경한 관광객들이 비응도에 들러 수산물도 듬뿍 사고 회도 먹고 갔지만, 어제 오후부터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 등으로 지역 경제가 바닥을 기고 있는데 AI까지 겹친다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ic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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