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희 부위원장 "한국은 병든 사회…애 낳고 사는 데 어려움 없게 할 것"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남녀가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해서 애를 낳고 행복하게 사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는 데 힘쓰겠습니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응할 콘트롤타워로서 대통령 직속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인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우리 사회를 치료가 필요한 '병든 사회'로 진단했다. 21일 서울 시내 식당에서 부위원장 취임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다.
인간이 태어나서 결혼하고 애를 낳아서 기르면서 행복을 느끼는 게 당연한 권리인데 우리 사회는 이런 기본적인 행복조차 누릴 수 없는 사회인 까닭이다.
그는 이렇게 불행하고 비정상적인 사회를 고치기 위해서는 '출산율이 곧 국가경쟁률'이라는 식의, 지금까지의 경제주의적, 국가주의적 시각으로는 어렵다며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등 시민단체에서 오랫동안 여성운동을 한 활동가 출신답게 특히 여성의 관점에서 저출산 문제를 풀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그는 제안했다.
얼마 전 중앙정부마저 지역별 출산지도를 만들어 공개해 논란을 빚는 등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생각하는 사회 일각의 사고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산아제한 정책을 시행하면서 국가가 강제로 여성에게 난관 수술을 시켰듯이 여성의 몸을 국가가 통제할 수 있다는 식으로 저출산 대책을 추진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많은 저출산 대책이 나왔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것도 정부가 나서서 출산율 떨어졌으니, 국가경쟁력을 위해 여성이 아이 낳으라는 식으로 접근한 것도 주요 이유라고 말했다.
남녀가 함께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살 권리와 부모의 보호 아래 자랄 아동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저출산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데,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게 실패 원인 중 하나라고 그는 분석했다.
그런 점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라는 말도 관료주의적 시각이 스며들어있고 저출산이란 용어 자체도 거부감이 드는 게 사실이라면서 이참에 명칭을 바꾸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이른바 '3포 세대'로 불리는 지금의 청년세대가 결혼해서 애를 낳아 기르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무엇보다 결혼 자체를 꺼리게 하는 심각한 주거비 부담과 일자리 문제를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특히 자아실현 욕구가 강해진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휴직 후 직장 복귀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사회 전반적으로 '일과 생활'을 양립할 수 있게 하는 데 힘쓰겠다고 그는 약속했다.
이와 관련, 그는 오는 12월 중순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주도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공공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공공보육 40% 확충, 비정규직 등으로 육아휴직 확대 등 새 정부의 저출산 대책들을 정교하게 가다듬어 공개하는 대국민 보고대회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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