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파 "이혼합의금 깎자"…AfD "재선거로 의석 늘리자"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연정 구성에 실패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정치생명이 위태롭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그의 위기를 기회로 이용하려는 이들이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추진하면서 유럽연합(EU)과 협상에 난항을 겪어온 영국 정부와 지난 9월 독일 총선에서 제3당으로 부상한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그들이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총리 취임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메르켈 총리가 고군분투하는 동안 영국 브렉시트파와 독일 극우당 AfD는 절호의 기회를 어떻게 이용하면 이익이 될지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앞서 메르켈 총리는 지난 19일 독일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 자유민주당, 녹색당의 '마라톤협상'이 결렬되면서 연정 구성에 실패했다.
난민 문제와 지난 9월 총선 참패 이후 입지가 좁아진 메르켈 총리가 연정 구성에도 실패하면서 일각에서는 사임설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가 "독일에는 안정이 필요하다"며 사임설을 일축하고 재선거가 시행될 경우 다시 후보로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상태다.
신문에 따르면 영국 내에서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독일의 정국불안을 이용해 브렉시트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메르켈 총리는 영국이 EU 회원국 시절 약속한 재정기여금, 이른바 '이혼합의금'을 증액하지 않는 한 브렉시트 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며 완강히 버텨왔다.
영국 보수당의 제이컵 리스-모그 하원 의원은 메르켈 총리가 영국이 협상 타결 없이 갑자기 EU를 떠날 경우 독일이 재정기여금을 추가 부담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국 유권자들을 안심시켜야 하는 상황이 된 판국에 "(영국 정부가) 재정기여금 증액안을 승인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이언 던컨 스미스 전 고용연금부 장관도 "유럽에서 지금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면 그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뭔가 이해 가능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은 명백히 틀렸다. 그러니 우리는 때를 기다리며 계속 버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메이 총리는 일단 내달 EU 집행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기존에 제시한 재정기여금 200억파운드(약 29조540억원)에 200억파운드를 증액한 협상안을 24일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의 비공식 회동에서 제시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난감해 하는 메르켈 총리를 보며 표정관리를 하는 건 독일 극우정당 AfD도 마찬가지다.
AfD는 이날 재선거를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이 정당은 지난 9월 독일 총선에서 12.6%의 지지를 받으며 94석을 확보해 제3정당으로 우뚝 섰다.
AfD 알렉산더 가울란트 공동대표는 "우리는 연정 구성이 실패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그 연정은 현상을 유지하는 데 불과했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메르켈 총리는 실패했고 이제 그가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필요할 경우 재선거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제3정당으로 떠오른 AfD가 혼란을 틈타 추가 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최대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문에 따르면 총선 이후 AfD의 지지율은 사실상 변화가 없다. AfD는 연정협상 결렬과 기존 정당들 사이의 불협화음이 재선거에서 자당의 지지율을 더욱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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