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내 뛸 때보다 거리 늘고 버디 사냥 능력 향상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39년 만에 신인으로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까지 휩쓴 박성현(24)은 장기인 장타력은 더 살리고 약점이었던 정확성은 보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성현은 이번 시즌 LPGA투어에서 장타 7위(평균 270.815야드)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압도적으로 장타 1위였던 박성현보다 더 멀리 친 선수가 6명이나 있었다.
그러나 장타 순위 10위 이내 선수 가운데 박성현과 렉시 톰프슨(3위) 단 2명만 상금랭킹 10위 이내에 이름을 올렸다.
장타의 이점을 충분히 누린 선수가 박성현과 톰프슨이란 뜻이다.
LPGA투어에서 연착륙한 원동력으로 서슴없이 자신의 장타력을 꼽았을 만큼 장타는 박성현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박성현의 장타력은 LPGA투어에 진출한 뒤 더 강력해졌다.
드라이브샷 평균 비거리는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찍은 265.59야드에서 5야드 이상 늘었다.
LPGA투어 개최 코스는 페어웨이가 딱딱하고 잔디가 짧아 더 멀리 굴러간다는 얘기도 있지만, 아웃오브바운즈(OB)의 공포에서 벗어난 게 비거리 증가의 진짜 이유로 보인다.
LPGA투어 대회 코스는 OB 말뚝이 국내만큼 많지 않다.
박성현은 LPGA투어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OB 말뚝이 눈에 들어오지 않으니 더 자신 있게 드라이버를 휘두를 수 있어 아무래도 편하기는 하다"고 말하곤 했다.
드라이버샷 페어웨이 안착률도 지난해 국내에서 뛸 때 67.5%보다 향상된 69%를 찍었다.
올해 박성현의 기록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버디 사냥 능력이다.
박성현은 올해 LPGA투어에서 라운드당 4.56개의 버디를 뽑아냈다.
라운드당 4.67개의 버디를 잡아낸 톰프슨에 이어 2위다. LPGA투어에서 올해 라운드당 버디를 4개 이상 잡아낸 선수는 8명뿐이다. 4.5개를 넘긴 선수는 톰프슨과 박성현 단 둘이다.
박성현은 지난해 한국에서 라운드당 4.2개의 버디를 잡았다. LPGA투어에 건너가서는 버디 사냥 능력이 더 강력해졌다.
이런 버디 사냥 능력의 진화에는 파4홀과 파5홀에서 성적 향상이 숨어 있다.
박성현의 파4홀 평균 성적은 지난해 3.94타였지만 올해는 3.93타로 0.1타 낮췄다. 파5홀 평균 스코어 역시 작년 4.67타에 올해는 4.63타로 0.4타나 줄었다.
LPGA투어 개최 코스가 국내 코스보다 전장이 더 길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신의 강점인 장타력을 충분히 활용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다만 파3홀에서는 지난해 평균 2.9타를 적어냈던 박성현은 올해 LPGA투어에서는 2.95타로 0.5타 더 많이 쳤다. LPGA투어 파3홀이 국내보다 전장이 더 길고 난도가 다소 높았던 때문으로 보인다.
박성현의 약점은 그린 플레이로 알려졌다.
경기가 풀리지 않는 날엔 "들어가야 할 퍼트가 들어가지 않았다"고 한탄을 했다.
하지만 기록으로 본 박성현의 그린 플레이는 투어 정상급에 가깝다.
박성현은 그린 적중 시 퍼트 개수가 올해 1.758개였다. LPGA투어에서 9위에 해당하는 좋은 기록이다.
박성현보다 그린 적중 시 퍼트를 박성현보다 잘한 8명 가운데 상금랭킹 10위 이내는 크리스티 커(1.737개), 모리야 쭈타누깐(1.747개), 톰프슨(1.756개) 3명뿐이다.
KLPGA투어에서는 그린 적중 시 퍼트 개수 통계를 내지 않지만 라운드당 평균 퍼트는 지난해 29.81개에서 올해는 29.54개로 낮아졌다.
3퍼트는 줄었고 1퍼트가 많아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박성현의 퍼트 실력 향상은 그린 적중률이 작년 79.72%에서 올해 75.7%로 낮아졌는데도 시즌 평균타수가 69.64타에서 69.25타로 떨어진 데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박성현이 가장 받고 싶다던 베어트로피(평균타수 1위)를 놓친 이유도 기록으로 드러난다.
베어트로피 수상자 톰프슨은 장타(273.79야드), 그린 적중률(77.7%), 그린 적중 시 퍼트 개수(1.756개), 라운드당 평균 버디(4.67개) 등에서 모두 박성현에 앞섰다.
특히 톰프슨은 벙커 세이브율 70.37%로 1위에 올라 78위(45.31%)에 그친 박성현을 크게 앞질렀다.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왕을 손에 넣어 더할 나위 없이 성공적인 루키 시즌을 보낸 박성현이지만 톰프슨을 제치고 최고 선수 자리에 오르려면 풀어야 할 숙제도 확인한 셈이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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