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시즌 마치고 귀국…"마무리가 아쉬워 제 점수는 85점"
(영종도=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유소연(27)은 올해 골프선수로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메이저 1승을 포함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2승을 거뒀고, 톱 10에도 12번이나 이름을 올랐으며,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올라 19주간 집권했다.
메이저 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선수에게 주는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를 수상한 데 이어 '슈퍼루키' 박성현(24)과 나란히 '올해의 선수상' 영예도 거머쥐며 마무리도 화려하게 장식했다.
최고의 시즌을 마치고 21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유소연은 "시즌 처음 시작할 때는 올해의 선수상에 대한 목표가 뚜렷하지 않았는데 중반 지나면서 성적이 좋아서 갈망하게 됐다"며 "역사에 이름이 남게 되는 일이라 너무 영광스럽다"고 수상의 기쁨을 전했다.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마지막 날 마지막 순간에 결정된 유소연의 올해의 선수상 수상은 그야말로 극적이었다.
올해의 선수상을 놓고 경합을 벌이던 렉시 톰프슨(미국)과 박성현에 비해 한참 낮은 순위로 경기를 먼저 마치고 돌아가려던 유소연을 LPGA 관계자가 붙잡고 수상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알려주며 기다리라고 했다.
마지막 홀에서 퍼팅 실수로 톰프슨이 다 잡은 우승을 놓치면서 LGPA가 귀띔한 공동수상 가능성이 현실화했다.
"경기 시작하기 전에 워낙 연습을 못해서 최고의 상태로 준비를 못하고 나가다 보니 마음이 비워졌어요. 그래서 경기가 마음대로 안 풀려도 화가 나거나 그렇진 않더라고요. 올해 많은 것을 이루기도 했고, 또 다음에도 기회가 있으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조금 포기했었죠. 극적으로 수상하게 된 것은 더 열심히 하라는 뜻인 것 같아요."
수상 자체도 극적이었지만 LPGA 역사상 처음으로 공동수상의 주인공이 되고, 또 그 공동수상 파트너가 같은 한국 선수였다는 것도 뜻깊었다.
"골프가 개인 종목이다 보니 다른 선수와 같이 트로피를 같이 든다는 것이 조금 어색하기도 했어요. 한국 선수와 함께할 수 있어 좋았고, 특히 박성현 선수는 함께 경기할 때마다 늘 좋은 선수라고 느꼈는데, 상 받을 자격이 있는 선수와 받게 돼서 더 영광스럽습니다."
완벽한 시즌을 보낸 것 같지만 유소연은 자신에게 100점 만점에서 15점 모자란 85점을 줬다.
"다시 돌아가도 더 열심히 할 수는 없을 만큼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성적엔 아쉬움이 없는데 마무리가 좋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점수가 깎였어요. 많은 걸 이루다 보니 눈높이가 높아진 것 같아요. '세계랭킹 1위 할 때 우승을 더 했으면 좋았겠다, 부상 없이 마무리했으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 단계 더 도약한 만큼 목표도 한 단계 높아졌다.
메이저 통산 2승을 거둔 유소연은 "그랜드슬램이 이루고 싶은 목표"라며 "또 내년에는 더 많은 우승도 하고 더 열심히 해서 랭킹 1위 자리도 되찾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미국에서 먼 길을 날아왔지만 유소연은 곧바로 경북 경주로 가서 24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ING생명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한다.
박인비(29), 김세영(24), 전인지(22) 등과 함께 LPGA 투어 대표로 출전해 이정은(21), 김지현(26), 고진영(22), 최혜진(18) 등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표들과 한미 태국낭자 맞대결을 펼친다.
"LPGA 무대에선 같은 나라 선수들이지만 항상 경쟁을 했어요. 이 대회에서는 경쟁하던 한국 선수들과 회포도 풀면서 한팀이 돼서 경쟁할 수 있기 때문에 시즌을 가장 이상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대회인 것 같아요."
이 대회를 마치고 다음 시즌까지 한 달가량 국내에 머무는 유소연은 "시즌 때 못 만났던 가족, 친구들도 만나고, 다음 시즌에는 부상 없이 보낼 수 있도록 체력 훈련도 하겠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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