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뽑기로 EU기구 놓친 伊 분노…"어리석은 EU 운영방식 방증"

입력 2017-11-21 19:25  

제비뽑기로 EU기구 놓친 伊 분노…"어리석은 EU 운영방식 방증"

정부각료 "축구결승서 동전 던지기로 진 격"…극우당 대표 "EU분담금 재협상할 것"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현재 영국에 있는 유럽연합(EU) 산하 기구인 유럽 의약품청(EMA)과 유럽 은행감독청(EBA)이 오는 2019년 각각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프랑스 파리로 이전이 결정된 가운데, 제비뽑기로 EMA를 놓친 이탈리아가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는 20일 벨기에 브뤼셀의 EU 본부에서 영국을 제외한 27개 회원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투표에서 암스테르담과 치열한 접전 끝에 고배를 마셨다.


밀라노는 회원국들이 후보 도시 가운데 3순위까지 정해 점수를 차등 부여하는 1차 투표에서 총 25점을 획득, 암스테르담(20점), 덴마크 코펜하겐(20점),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15점), 스페인 바르셀로나(13점)를 제치고 선두를 차지, 내심 최종 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상위 3개국을 대상으로 회원국들이 각 1표씩을 던지는 2차 투표에서도 밀라노는 12표를 획득, 암스테르담(9표), 코펜하겐(5표)를 따돌리고 1위를 유지했다.

밀라노는 그러나 암스테르담과의 결선 투표에서 슬로바키아의 기권 속에 13표로 동률을 이뤄 승부를 내지 못했고, 제비뽑기 방식으로 이뤄진 마지막 4차 관문에서 행운의 여신의 손짓을 받지 못했다.

EU 순회의장국인 에스토니아 대표가 선택해 개봉한 봉투에는 암스테르담의 이름이 적혀 있었고, 이탈리아는 지독한 불운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밀라노와 EMA 유치를 위해 노력해온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한다"면서도 "빈틈없는 유치 노력이 제비뽑기에 의해 패배하다니 어찌 이런 불운이 있을 수 있느냐"며 탄식했다.

밀라노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결정된 직후인 작년 여름부터 일찌감치 EMA 유치를 위해 민관이 합심해 총력전을 펼쳐온 터라 충격이 더욱 컸다.

산드로 고치 유럽 담당 부처 차관은 "제비뽑기로 진 것은 쓴맛을 남길 수밖에 없다"며 "이는 마치 축구 결승전에서 동전 던지기로 패한 격"이라고 한탄했다.


주세페 살라 밀라노 시장 역시 1,2차 투표에서 회원국들로부터 최고점을 얻은 밀라노가 제비뽑기 방식으로 패배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추첨으로 승패가 갈리는 것은 정말 부조리한 일"이라며 "마지막에 정치적 협상으로 유치 도시를 정하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피력했다.

밀라노가 위치한 롬바르디아 주의 로베르토 마로니 주지사는 "제비뽑기로 EMA 소재지를 결정한 것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유럽의 전형적인 단면을 보여준 예"라며 "밀라노는 정말 준비된 도시였는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반(反) EU 성향의 극우정당 북부동맹(LN)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EU를 맹비난했다.

그는 "수 천 개의 일자리와 20억 유로의 경제 효과가 결부돼 있는 선택이 추첨으로 이뤄진 것은 EU가 얼마나 어리석은 방식으로 굴러가는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며 "이탈리아가 EU에 내는 연감 170억 유로의 분담금을 재협상하는 것이 차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분노했다.

이탈리아 소상공인 연합체인 콘프코메르치오의 카를로 산갈리 회장 역시 "제비뽑기로 EMA 소재지를 정한 것은 부조리하고, 불공정하다"며 비난에 가세했다.

한편,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이탈리아 언론은 2차 투표에서 코펜하겐이 얻은 표가 3차 투표에서는 대부분 암스테르담으로 향했고, 믿었던 스페인이 배신을 한 것이 패인이라고 분석했다.

의약품 평가와 감독, 신약 승인 등을 담당하는 EMA는 직원이 약 900에 달하는 데다 연간 3만여 명의 전문가가 방문하는 곳이라 유치에 따른 경제효과가 커 EU 내 총 19개 도시가 유치 신청서를 내고 경합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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