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통치' 공언 무가베, 37년 장기집권 후 불명예 퇴진

입력 2017-11-22 01:45   수정 2017-11-22 09:49

'100세 통치' 공언 무가베, 37년 장기집권 후 불명예 퇴진

'부부세습'에 발목 잡힌 최고령 지도자

올해 93세, 독립투사에서 독재자로 전락

북한이 훈련한 정예부대 동원해 숙청작업 전개…2만명 희생당해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유일한 지도자로서 탄핵 위기 속에 21일(현지시간) 전격 사임한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93)은 세계 최장기, 최고령 집권자다.

올해 93세인 무가베 대통령은 짐바브웨 독립투사 출신으로, 이 나라가 영국 식민통치에서 독립한 1980년 56세에 초대 총리 자리에 오른 이후 37년째 집권했다. 왕이 아닌 인물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권좌를 지켜온 최고령 집권자다.

이 때문에 짐바브웨 국민 다수도 무가베 이외 다른 국가 지도자를 생각해 보지 못할 정도였다.

무가베는 2015년 12월 전당대회에서 2018년 대선 후보로 또 한 번 확정된 상태였다. 2018년 대선에서 다시 당선될 경우 그의 임기는 99세에 끝나게 돼 있었다. 무가베는 100세까지 통치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무가베는 애초 로데지아로 불리던 과거 식민지 시절의 영국인들을 몰아낸 해방전사로 칭송을 받았지만, 곧 반체제 인사를 탄압하고 국가 경제를 파탄에 빠트린 '독재자'로 지목됐다.

짐바브웨 국민은 급격한 물가상승과 만성적인 실업, 빈곤으로 나라를 떠나고 있지만, 무가베는 호화 생일잔치를 벌이는 등 독재를 통해 권력을 공고히 해왔다.

그의 업적과 평가는 후대에 들어 악화 일로를 걸었다.

1924년 2월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 북서부의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난 무가베는 혼자 있기를 좋아하며 소 떼를 먹일 때도 항상 책을 읽는 학구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0살 때 목수였던 아버지가 가출하고서 더욱 공부에 매진해 17살 때 교사자격증을 취득하게 된다.

애초 마르크스 사상을 받아들인 무가베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해어 대학에 진학하면서 남아공 미래의 정치 지도자들을 여럿 만나게 된다.

가나에서 교사생활을 하면서 가나 초대대통령 크와메 은크루마의 영향을 받고 로데지아로 돌아온 그는 1964년 국민저항 운동을 이끈 죄로 이후 10년간 정치범 수용소와 감옥에서 고초를 겪었다.

무가베는 수감생활을 마치고 풀려난 뒤 내부의 거센 저항과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궁지에 몰린 로데지아 정부가 치른 1980년 선거에서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등에 업고 총리에 당선됐다.

그는 집권 초기에는 인종 간 화합을 이룩하고 대다수 흑인을 위해 교육과 보건 부문의 개혁을 이룬 공로로 국제사회의 칭찬을 받았으나 장밋빛 영광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무가베는 1974년 석방된 뒤 현재의 집권당인 '짐바브웨아프리카민족동맹(ZANU)'을 창당해 지도자 자리에 오르며 선거에서 승리해 총리에 취임했다. 이어 2년 뒤 '짐바브웨아프리카국민동맹(ZAPU)'을 이끌던 그의 정치적 동지 조슈아 은코모를 제거한다.

1982년 당시 내무장관이던 은코모는 고향인 마타벨레랜드 지역에서 은닉된 다량의 무기가 발견돼 쿠데타 모의 혐의로 쫓겨났다.

짐바브웨의 다수족인 쇼나 부족 출신인 무가베는 북한이 훈련한 정예부대 '5여단'을 동원해 은코모의 은데벨레 부족을 상대로 무자비한 숙청작업을 벌여 2만여 명 가까운 희생자를 냈다.

이 사건 이후 20여 년이 지난 어느 날 무가베는 자국 내 백인 농장주들의 농장과 땅을 몰수하고서 이들을 갑자기 내쫓음으로써 '서구 사회의 친구'에서 '독재자'라는 이미지를 굳히게 됐다.

독립투쟁 동지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취한 그의 토지개혁 정책은 농업부문의 몰락을 가져오고 국외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여 결국 국가 경제의 파탄으로 이어졌다.

무가베는 인권탄압과 부정선거를 통해 권력에 집착했다고 평가를 듣기도 했다.

또 국제 보건단체들은 짐바브웨가 한때는 아프리카에서는 식량이 풍부하고 보건시스템도 좋은 나라였으나 무가베의 실정으로 식량과 깨끗한 식수가 부족하고 기본 위생과 보건환경이 열악한 나라가 됐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올해 들어 무가베가 부인 그레이스(52) 여사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려고 시도했고 지난 6일 차기 대통령 후보로 꼽히던 국방부 장관 출신의 에머슨 므난가그와(75)를 부통령직에서 전격 경질했다.

이후 군부가 지난 15일 사실상 쿠데타를 감행해 정부를 장악했고 무가베는 탄핵 위기 속에 이날 사임하기에 이르렀다.









gogo21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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