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호주 최저임금, 워홀러·유학생엔 '그림의 떡'

입력 2017-11-22 09:44   수정 2017-11-2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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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호주 최저임금, 워홀러·유학생엔 '그림의 떡'

3명 중 1명 최저임금 절반 수준…한인 워홀러 감소세 지속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에서 일하는 유학생이나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워홀러) 3명 중 1명꼴로 법정 최저임금의 약 절반만을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호주의 법정 최저임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많은 유학생이나 워홀러에게는 사실상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는 뉴사우스웨일스대(UNSW)와 시드니공대(UTS) 연구팀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107개국 출신 유학생과 워홀러, 임시 이주자 4천322명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해 내놓은 '호주의 임금절도'(Wage Theft in Australia)'보고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3분의 1은 시간당 12 호주달러(9천930원) 이하를, 46%는 시간당 15 호주달러 이하를 받았다고 답했다.

당시 법정 최저임금은 시간당 17.70 호주달러(1만4천700원·현재 18.29 호주달러)였으며, 임시직(casual) 최저임금은 22.13 호주달러(1만8천330원)였다.

외국 출신들의 경우 44%가 임금을 현금으로 받았으며, 특히 웨이터나 주방 근무자는 더 심해 3분의 2가 현금으로 받았다.

또 응답자 절반은 급여명세서를 전혀 혹은 거의 받지 못했다.

각각 5% 이하이기는 하지만 유학생이나 워홀러 일부는 일하려면 고용주에게 미리 일정 액수의 돈을 맡겨두거나 급여로 받은 돈의 일부를 현금으로 되돌려줘야 했다. 또 고용주에게 여권을 억지로 맡겨둬야만 했다.

과일이나 채소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15%는 시간당 5 호주달러 이하를, 31%는 10 호주달러 이하를 받았다.

1년 추가 체류에 필요한 세컨드 비자를 받으려면 도시 밖 농장이나 공장에서 의무적으로 88일을 일해야 하는 만큼 농촌의 환경은 훨씬 열악한 셈이다.

벨기에 출신의 워홀러인 로렌트 반 에스벡(25)은 자신의 농장 노동이 "착취"였다며 "온라인으로 광고를 볼 때는 임금을 제대로 알 수 없었고, 현장에 가보고 나서야 알 수 있다"라고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말했다. 그는 세컨드 비자 받는 일을 포기하고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반적으로 중국과 대만, 베트남 출신이 가장 낮은 임금을 받았으며, 영어에 능숙한 미국과 영국 출신의 임금이 가장 높았다.

보고서는 이처럼 취약층을 상대로 한 임금 도둑질을 바로잡기 위해 정부와 재계, 교육기관들이 서둘러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또 소비자들로서는 낮은 가격의 식품과 서비스 형태로 '임금 도둑질'의 혜택을 받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를 작성한 바시나 파벤블럼 UNSW 교수는 "응답자들의 압도적 다수는 자신들이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비자 때문에 법정 최저임금 수령을 거의 기대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호주 이민부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현재 호주에 머무는 한국인 워홀러는 1만6천117명이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의 1만6천808명보다 약 700명 줄어든 것이며, 절정기였던 2013년 6월 30일의 2만4천673명보다는 약 35%(8천556명)나 줄었다.

이는 호주달러화 약세, 고물가와 지속적 주거비 상승 등 거주 환경 악화, 광산 붐 붕괴에 따른 호주경제 침체 등이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cool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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