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묵묵부답…메르켈 정부구성 교착상태에 23일엔 사민당 설득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새 정부구성이 난항을 겪자 독일 대통령이 연정 파트너들에게 협조를 구하고 나섰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좌파 성향 녹색당의 지도부, 친기업 성향 자유민주당의 크리스티안 린트너 대표를 만나 입장 재검토, 연정협상 재개를 권고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녹색당, 자민당은 회동이 끝난 뒤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 태도 변화 가능성이 있는지 감지되지 않았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은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다수당으로서 기독사회당, 녹색당, 자민당과 함께 연립정권 수립을 협상해왔다.
난민, 화석연료 정책을 둘러싼 이견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민당이 지난 19일 협상 결렬을 선언하면서 소수정부 수립이나 재선거에 나서야 하는 궁지에 몰렸다.
메르켈 정권은 유럽의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보루로 인식되는 까닭에 이번 정국혼란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에 우려가 가득하다.
그런 상황에서 메르켈 총리가 연정에 끝내 실패하면 조기총선을 택하겠다고 배수진을 쳐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의 설득력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자민당의 협상 결렬 선언이 나오자 모든 정파에 연정구성 책임이 있다며 대화에 착수했다.
사회민주당 출신인 그는 오는 23일에는 독일의 제2당인 사민당의 마르틴 슐츠 대표를 만나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
그러나 메르켈 정부에 대연정 파트너로 참여한 사민당은 이번 정부에는 참여하지 않고 야당으로 남겠다는 의사를 최근까지 거듭 밝혔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연정참여를 격려하면서 유럽을 생각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다른 곳도 아닌, 유럽에서 가장 크고 경제적으로 부강한 국가에서 정치세력들이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독일 안팎에서 오해와 심각한 우려가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연정협상 결렬의 책임이 있다고 독일 언론들의 지적을 받기는 하지만 자민당 내에서는 오히려 권위를 강화한 것으로 관측된다.
독일 시사주간지 디차이트에 따르면 난민 문제를 두고 메르켈 총리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던 기민당원들도 연정협상에 임한 그의 자세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디차이트는 "메르켈 총리가 자리를 지킬 준비가 됐다"며 "기민당은 메르켈 총리를 지지하는 데 더없이 큰 결속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굳이 따지자면 메르켈 총리보다 오히려 슐츠 사민당 대표의 입지가 불안한 형국이라고 보도했다.
대연정 재참여에 대해 사민당 일부 당원들이 슐츠 대표보다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신임 의회의장은 "유럽과 세계 많은 국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며 각 당에 건설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촉구했다.
독일 내에서는 메르켈 총리의 마지막 돌파구가 될 수도 있는 재선거를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간지 빌트가 여론조사기관 인사(INSA)에 의뢰한 설문에 따르면 독일인 49.9%가 재선거를 긍정적으로 봤다.
그러나 조기총선을 치르더라도 기민당 30%, 사민당 21%, 자민당 11%, 녹색당 10% 등 현재와 거의 다를 바 없는 결과가 재현될 것으로 나타났다.
사민당의 대연정 참여를 두고는 반대가 48.5%로 찬성(18%)보다 훨씬 많았다.
연정협상 결렬의 책임을 두고는 독일인 28%가 린트너 자민당 당수, 27%가 메르켈 총리, 13%가 셈 오즈미르 녹색당 대표를 지목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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