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결 공개 아깝지 않다면 거짓말…외식업 인식 개선 위해 공유"
"골목상권 침해 등 '공격'에 방송 하차 고민도…난 점주 최우선주의"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원래 주방에서는 다정하기보다 엄한 게 제 실제 모습이에요. 입도 꽤 거칠고요. 방송에서는 카메라 앞이라고 여러 번 참는 거죠. (웃음)"
SBS TV '백종원의 푸드트럭'을 통해 그동안의 푸근한 모습은 잠시 감추고 '호랑이 선생님'으로 변신한 백종원(51) 더본코리아 대표이사는 최근 서울 논현동의 본가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주방 안에 있는 것들이 밖으로 나오면 바로 손님 입으로 들어가니 엄하게 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백종원은 꾸준히 쿡방(요리하는 방송)과 먹방(먹는 방송)에 출연해온 데 대해 "최종적으로는 외식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MBC TV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나 tvN '집밥 백선생'을 통해 대중이 쉬운 요리에 관심을 갖게 하고, 그 관심을 BS TV '백종원의 3대천왕'을 통해 식당으로까지 확장한 뒤 이제 '푸드트럭'으로 본격적인 요식업 이야기를 시작했다.
백종원은 '푸드트럭'이라는 아이템에 관해 "'대국민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라는 부제가 바로 프로그램의 의미"라며 "푸드트럭을 해보면 그다음에 어떤 다른 일을 하더라도 겪게 되는 기초가 녹아있다"고 설명했다.
"편하게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은 없어요. (구직자가) 눈높이를 바꾸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져요. 푸드트럭은 작은 사업이지만 손님과 소통하고, 밤에 잠 안 자고 메뉴를 고민하고, 하다못해 내일 날씨에 대해 생각하게 되죠. 작은 일도 열정적으로 하다 보면 재미를 느끼고 성공하게 돼요. 그 작은 성공이 계속 요식업을 하든, 또 다른 일을 하든 큰 자산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백종원은 방송에서 수십 년간 시행착오 끝에 얻은 요리·장사 비결을 아낌없이 쏟아낸다.
그는 "나는 '백선생' 없이 치열하게 독학했기에 어렵게 쌓은 비결을 공유하는 게 아깝지 않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참가자 한 사람에게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방송을 보는 모든 분에게 공유하는 것이기에 덜 아깝다. '다 해보고 할 것 없어서 식당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개선할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창업 도전자들에게 "대부분 장사를 시작할 때 '잘 되는 집'만 보고 급하게 시작하지만 사실은 망하는 집이 90% 이상"이라며 "어떤 사업을 하더라도 동종업계의 '안 되는 집'을 보면서 공부해야 한다. 처음에 안 돼도 버틸 방안을 마련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백종원이 요식업에 뛰어든 배경은 무엇일까. 그의 답은 "좋아해서"였다.
"맛있는 것 먹는 걸 워낙 좋아해요. 식당 다니면서 '이건 더 맛있게 할 수 있는데', '왜 이건 이렇게 비싸지', '서비스는 왜 이렇지' 같은 생각을 했죠. 그래서 직접 식당을 차렸는데, 반대로 제가 손님을 맞는 입장이 돼보니 손님의 말 한마디에 상심하게 되더라고요. 여러 경험을 토대로 손님들, 창업 도전자들의 생각을 함께 바꿔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방송도 시작했죠."
하지만 백종원은 방송하면서 갑자기 얻은 유명세가 '독'이 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골목상권 침해니, 문어발 확장이니 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속상해요. 제게 가장 최우선의 존재는 점주들인데 그분들의 의기소침한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아파요. 방송을 그만둬야 할까도 많이 고민하죠. 그런데 우리 점주들도 소상공인이거든요. 그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장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는 게 제 역할이잖아요. 학생이 독학으로 안 되면 학원에 다니며 우등생이 될 수도 있는 건데, 학생들이 잘되게 해줬다는 것으로 공격하니 속상해요."
백종원은 그러면서도 방송을 통해 얻는 보람도 적지 않다며 '푸드트럭'의 지역별 오디션이 끝내고 나면 침체한 지역 상권을 살릴 수 있는 방송 아이템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골목상권에서 한 가게가 잘되면 다른 가게들은 죽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다 같이 살아나거든요. 작은 마을일수록 더 그래요."
백종원은 프랜차이즈부터 편의점 도시락까지 끊임없는 메뉴 발굴에 힘쓴다.
그는 이에 대해 "프랜차이즈 같은 경우는 처음 준 레시피만 잘해도 손님이 줄을 설 거라고 자부한다"며 "신메뉴를 원하는 점주는 잘되는 곳이니 또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편의점 도시락은 일본의 활성화된 도시락이 부러워서 시작해봤다"며 "최종 가격은 우리가 정한다는 조건을 CU가 수용했다. 도시락 시장도 경쟁을 통해 발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종원은 '애처가'로도 유명하다. 그의 아내는 15살 연하의 배우 소유진이다.
"사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안정'이죠. 아내는 안정을 주는 사람이에요. 밥 챙겨주고 이런 게 아니라 말 한마디로도 안정을 주는 사람요. 지금 셋째를 임신해서 내년 2월에 출산 예정이라 제가 왕처럼 모시고 있습니다. (웃음)"
사업도 안정되고, 방송 출연도 하고, 책도 여러 권 썼다. 백종원은 '다음 목표는 뭐냐'는 물음에 "딱히 그런 건 없다"고 싱겁게 답했다.
"제가 싫어하는 말이 '호랑이를 그리려다 실패하면 고양이라도 그려라'예요. 너무 큰 그림을 그려놓고 따라 하면 실망하게 되기 마련이죠. 저는 당장 즐거운 걸 하면서 즐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돈과 다른 것은 따라오는 것 같습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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