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윤식 "나이는 숫자일 뿐…지금도 피가 끓습니다"

입력 2017-11-22 13:55   수정 2017-11-2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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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윤식 "나이는 숫자일 뿐…지금도 피가 끓습니다"

영화 '반드시 잡는다'서 주연…개성있는 연기·강철 체력 과시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대한민국 어딘가에 있을 법한 가난한 동네인 아리동.

'더는 내려갈 집값도 없는' 낡은 주택이 즐비하고, 노인과 대학생 등 1인 가구가 몰려 사는 곳이다.

이 동네 터줏대감인 심덕수(백윤식분)는 열쇠수리공이자 다세대 연립주택 소유주다. 입만 열면 세입자들에게 월세 독촉을 하는 꼬장꼬장한 인물이다.

어느 날 아리동에서 30년 전 발생했던 미제사건과 비슷한 수법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홀몸노인들이 한 명씩 죽어 나가고, 심덕수의 연립주택에 세 들어 사는 여대생마저 실종된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반드시 잡는다'는 2003년 개봉한 '살인의 추억'(1986)의 30년 후 버전쯤 된다. 노인 심덕수와 전직 경찰(성동일)이 의기투합해 30년 전 미제사건의 범인을 쫓는 스릴러영화다.

이 작품에는 젊은 스타 배우가 나오지 않는다. 대신 백윤식·성동일·천호진·배종옥 등 이름만 들어도 묵직한 중견 배우들이 활약한다.

특히 백윤식을 위한 영화라고 해도 무방하다. 올해 나이 만으로 일흔인 그는 스쿠터를 타고 범인을 쫓고, 빗속 결투까지 벌인다. 모든 역할을 대역 없이 직접 해냈다.






22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백윤식은 "자꾸 나이 이야기 꺼내면 안 되는데…"하면서 "저는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다. 지금도 여전히 피가 끓는다"며 웃었다.

백윤식은 이 작품에서 젊은 배우들도 연기하기 쉽지 않아 보이는 맨몸 액션과 강철 체력을 과시한다. 그는 "추운 겨울에 비를 뿌리는 등 기후 조건 때문에 힘들긴 했지만, 체력적으로는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평소 철저한 자기관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틈날 때마다 스포츠클럽에 가서 운동하고 많이 움직이면서 체력을 유지한다고 했다. 그 덕분에 허리 사이즈 32를 수십 년째 유지하고 있다.

1970년 KBS 9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백윤식은 48년 차 베테랑 배우다. '범죄의 재구성'에서 사기꾼 대부 김 선생, '싸움의 기술'의 은둔 고수 오판수, '타짜'에서 전설의 타짜, '관상'의 김종서, '내부자들'의 논설위원 이강희 등 작품마다 개성 강한 연기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대체불가 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을 정도다.

연기의 달인인 그이지만, 새 영화 개봉을 앞두고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인 듯했다. "배우들은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저도 제가 출연한 작품에 대해서는 이상하게 긍정적으로 보게 되지 않아요. 저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야박하다고나 할까요? 연륜이 쌓인다고 해도 그런 점은 잘 바뀌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에 출연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원작이 좋았고, 소재 역시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다뤄지지 않은 소재여서 관심을 두게 됐다"면서 "매 작품 관객에게 다른 캐릭터, 다른 맛을 보여주고 싶은 것은 모든 배우의 욕망이자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김홍선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인터넷 포털 다음에서 큰 인기를 끈 웹툰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원작자 제피가루)가 원작이다.






백윤식에게 배우로 활동 중인 아들 백서빈의 이야기를 꺼냈다. 백서빈은 12월 7일 개봉하는 영화 '산상수훈'에 출연했다. 공교롭게도 부자의 영화가 극장에 동시에 간판을 달게 됐다.

백윤식은 "아들 이야기를 꺼내줘서 감사하다"면서 "아들이 의미 있는 영화에 출연한 만큼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는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신인들에게 연기 조언을 부탁하자 "연기라는 것은 자기가 알아서 해야 한다"면서 "혼자 개척하는 것부터 필요하다. 한 단계씩 터득하다 보면 자기가 어느 판에 오게 됐는지 스스로 알게 된다"고 강조했다.

백윤식은 지난 정권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랐던 소회도 밝혔다.

"지난해 11월 런던 한국영화제 '백윤식 특별전'이 열려 런던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영국 관객으로부터 블랙리스트 관련 질문을 받고,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부끄럽고 창피했습니다. 저는 민감하고 피 끓는 청년기 때도 암울한 독재 시대를 겪었죠. 하지만 이제는 우리 후손들이 '이런 꼴은 안 겪겠구나' 생각하니 다행이라는 마음이 듭니다."

백윤식은 그러면서 "앞으로 힘닿는 데까지 배우 활동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금은 주민등록증(나이)대로 캐스팅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창작활동을 하면서 나이를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화면에 비치는 대로 캐스팅이 이뤄져야죠. 배우는 등·퇴장이 중요합니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사라지는 것도 아름답게, 멋있게 사라질 것입니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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