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불가 판정 대동빌라 22가구 첫 이사 …"새집은 괜찮겠죠"
(포항=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쿵"
22일 오전 11시께 경북 포항시 북구 장량동 LH(한국토지주택공사) 휴먼시아 아파트 12층에서 뭔가 묵직한 진동이 잠시 느껴졌다.
이삿짐을 옮기던 이재민은 순간 몸이 얼어붙는 듯한 모습으로 한참을 가만히 서 있었다.
알고 보니 위층에서 이삿짐을 옮기다 나는 소리였다.
지진 발생 8일째를 맞아 새집으로 옮기고 있던 이재민 박모(70)씨는 "이제는 뭔가 조금만 울려도 신경이 곤두선다"며 한숨을 몰아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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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곳으로 이사 온 가구는 북구 환호동 대동빌라에 살던 22가구 주민이다.
추운 날씨에 이른 아침부터 이삿짐센터 도움을 받아 바리바리 짐을 싸 새 보금자리로 옮겼다.
이 빌라는 지진으로 건물이 심하게 부서져 사용 불가 판정을 받았다.
지난 1주일간 누구든 대피소로, 누구는 포항 사는 친인척 집에서 기약 없는 피난살이를 했다.
혼자 대동빌라에서 살아 온 최모(80) 할머니는 "갈 곳 없는 사람에게 집을 마련해 줘서 그저 고맙기만 하다"며 "빌라 주민도 많이 고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진에 따른 트라우마도 여전한 듯 보였다.
이삿짐을 나르던 한 이재민은 이사 들어온 집 곳곳을 살펴보며 "저기 금이 간 게 아닌가"하며 의심스러운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이재민은 "백내장 수술을 하고 몇 시간 있다가 지진이 나서 지금까지 후유증이 심하다"며 "양쪽 눈 시력이 제대로 안 맞아 생활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는 지진 직후부터 인천에 있는 아들 집에 가서 아직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며 "새집으로 옮겼으니 내려오긴 내려와야 하는데 어떻게 할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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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이사에는 LH 직원이 한 집에 3명씩 붙어 이삿짐센터 직원과 함께 짐을 나르고 불편 사항을 점검하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흥해실내체육관 등 이재민 대피소에는 전국 각지에서 구호품이 속속 도착하고 있고 자원봉사자도 급식, 상담, 안내 등 업무에 여념이 없다.
남산초교 강당에 머무는 이재민 김모(70·여)씨는 "날씨도 춥고 불편한 것도 적지 않지만 이재민을 위해 애쓰는 분들 생각해서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yong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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