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잠이라도 편히 잘 수 있으려나"…새집 들어간 지진 이재민

입력 2017-11-22 13:54  

"이제 잠이라도 편히 잘 수 있으려나"…새집 들어간 지진 이재민

사용 불가 판정 대동빌라 22가구 첫 이사 …"새집은 괜찮겠죠"

(포항=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쿵"

22일 오전 11시께 경북 포항시 북구 장량동 LH(한국토지주택공사) 휴먼시아 아파트 12층에서 뭔가 묵직한 진동이 잠시 느껴졌다.

이삿짐을 옮기던 이재민은 순간 몸이 얼어붙는 듯한 모습으로 한참을 가만히 서 있었다.

알고 보니 위층에서 이삿짐을 옮기다 나는 소리였다.

지진 발생 8일째를 맞아 새집으로 옮기고 있던 이재민 박모(70)씨는 "이제는 뭔가 조금만 울려도 신경이 곤두선다"며 한숨을 몰아쉬었다.






이날 이곳으로 이사 온 가구는 북구 환호동 대동빌라에 살던 22가구 주민이다.

추운 날씨에 이른 아침부터 이삿짐센터 도움을 받아 바리바리 짐을 싸 새 보금자리로 옮겼다.

이 빌라는 지진으로 건물이 심하게 부서져 사용 불가 판정을 받았다.

지난 1주일간 누구든 대피소로, 누구는 포항 사는 친인척 집에서 기약 없는 피난살이를 했다.

혼자 대동빌라에서 살아 온 최모(80) 할머니는 "갈 곳 없는 사람에게 집을 마련해 줘서 그저 고맙기만 하다"며 "빌라 주민도 많이 고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진에 따른 트라우마도 여전한 듯 보였다.

이삿짐을 나르던 한 이재민은 이사 들어온 집 곳곳을 살펴보며 "저기 금이 간 게 아닌가"하며 의심스러운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이재민은 "백내장 수술을 하고 몇 시간 있다가 지진이 나서 지금까지 후유증이 심하다"며 "양쪽 눈 시력이 제대로 안 맞아 생활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는 지진 직후부터 인천에 있는 아들 집에 가서 아직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며 "새집으로 옮겼으니 내려오긴 내려와야 하는데 어떻게 할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재민 이사에는 LH 직원이 한 집에 3명씩 붙어 이삿짐센터 직원과 함께 짐을 나르고 불편 사항을 점검하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모습이었다.

흥해실내체육관 등 이재민 대피소에는 전국 각지에서 구호품이 속속 도착하고 있고 자원봉사자도 급식, 상담, 안내 등 업무에 여념이 없다.

남산초교 강당에 머무는 이재민 김모(70·여)씨는 "날씨도 춥고 불편한 것도 적지 않지만 이재민을 위해 애쓰는 분들 생각해서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yongm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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